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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개살이와 공기놀이

감성멘토의 생각한 대로, 있는 그대로

by 감성멘토앤

사진출처.나무위키


소꿉놀이와 공기놀이의 주된 놀잇감은 돌멩이였다.

손바닥만 한 흙덩이, 둥글게 빚은 진흙공 하나면 하루가 금세 흘러갔다.

그걸 우리는 ‘빵개살이’라고 불렀다.


빵개살이는 ‘흙을 이겨 빚은 공’이라는 뜻으로,

경상도 쪽 사투리다.

흙을 손으로 반죽해 동그랗게 굴리고,

햇볕에 말리면 단단해진다.

비가 오면 다시 흙처럼 부서지지만,

그마저도 우리에겐 또 다른 놀이였다.


지금 생각하면 참 단순했다.

하지만 그 시절의 단순함은

세상 어떤 장난감보다 따뜻했다.

진흙을 굴리며 웃던 아이들,

손바닥에 남은 흙자국,

그리고 그걸 말리며 기다리던 햇살의 냄새.

그 모든 게 한 편의 오래된 동화 같다.


공기놀이는 그보다 조금 더 정교한 손끝의 세계였다.

돌멩이 다섯 개를 손에 쥐고

하나 던지고, 둘 받고, 셋 세우며

바람처럼 이어지는 웃음소리.

그 돌멩이들이 부딪힐 때 나는 ‘딸랑’ 하는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다.


그때의 놀이는 흙과 바람, 그리고 기다림으로 이루어졌다.

무엇이 없어도 괜찮았다.

없는 게 아니라, 있는 걸로 충분했던 시절.


“빵개살이 하나에도 햇살이 들고,

돌멩이 다섯 개에도 웃음이 피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흙냄새는 아직도 마음 한켠에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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