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멘토의 생각한대로, 있는그대로
그해 봄,
우리 집에는 두 개의 방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방 한쪽에는
사그락사그락, 작은 생명이 꿈틀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에였다.
하얗고 여린 몸들이 뽕잎을 갉아먹으며 내는 그 소리
그건 마치 봄이 숨 쉬는 소리 같았다.
아침마다 엄마와 나는
누에가 먹을 주식인 뽕잎을 따러 밭으로 갔다.
햇살에 반짝이는 뽕잎은 손끝에 닿자마자
달큰한 풀 냄새를 퍼뜨렸다.
손수건에 싸서 집으로 돌아오면
누에들이 반가운 듯 다시 사그락사그락,
연둣빛 봄을 삼켜내곤 했다.
그러다 나는 늘 참지 못하고
뽕잎 사이에 숨어 있던 오디를 따먹었다.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고
거울을 보면 언제나 입술이 새파랗게 물들어 있었다.
그 봄의 기억은 지금도 내 마음 어딘가에서 산다.
누에가 뽕잎을 먹던 그 사그락거림,
햇살에 번지던 오디의 보랏빛,
그리고 엄마의 웃음소리.
“그 시절의 봄은 조용했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풍요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