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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가의 여름, 소몰이하던 길

by 감성멘토앤



시골에서는 아이들이 소를 몰고 나가는 일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소가 배고플까 싶어
줄 하나 잡고 풀 많은 곳으로 데려가면
소는 말없이 고개를 숙여 풀을 뜯었고
나는 그 옆에서 물장구를 치거나
돌을 던지며 혼자 놀곤 했다.

햇살은 눈부셨고
냇물은 차갑고 맑았다.
소 방울 소리는 멀리서 둔하게 울렸고
바람에 실려 오는 풀 냄새가
여름의 냄새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다.
그 어린 내가
어떻게 그렇게 큰 소를 몰고 다녔는지.
그리고 소는 어찌 그리도 얌전했는지.
줄을 세게 당기지도 않았는데
그저 나를 따라 천천히 걸어주던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 속에 또렷하다.

소가 풀을 먹는 동안
나는 냇가에 쪼그리고 앉아
발을 담그고 물결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흘러간다는 생각도 없이
그저 그 자리에 머물렀다.

그날의 하늘,
그날의 바람,
그날의 소와 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여름은 유난히 오래 남았다.

이제는 그 길도, 그 냇가도
모양이 많이 달라졌겠지만 내 기억 속에서는 여전히
햇살 아래 풀을 뜯는 소와 그 곁에서 웃던 어린 내가
그대로 남아 있다.


“어린 시절, 소는 나보다 더 느렸고
그 느림 속에서 나는 세상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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