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고향은
봄이면 냇가 버드나무에
버들강아지가 먼저 달리던 곳이었다.
아주 작은 붓처럼 생긴 것.
회색 솜털이 동그랗게 모여 가지 끝에 가만히 붙어 있던 것.
그게 꽃이라는 것도 몰랐다.
그저 봄이 오면 늘 그 자리에 나타나는 것이라 생각했다.
냇가에는 아직 찬 기운이 남아 있었고
물은 차갑게 흘렀지만 버들강아지는 아무렇지 않게
봄의 얼굴을 먼저 내밀고 있었다.
나는 그 앞을 지나치며 괜히 한 번 만져보고
괜히 한 번 들여다보고 그러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서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봄은
늘 그렇게 조용히 시작됐다.
소리 내어 오지 않았고 눈에 띄게 다가오지도 않았다.
버들강아지처럼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사람이 알아보든 말든 자기 할 일을 해내던 봄이었다.
어느새 나는 그런 봄을 지나치며 너무 바쁘게 살아왔다.
계절을 놓친 건 아니었지만 그 곁에 머무를 여유를 자주 놓쳤다.
그래도 괜찮다. 이제 와서 버들강아지를 떠올릴 수 있다는 건
아직 내 안에 고향의 봄이 남아 있다는 뜻이니까.
나의 살던 고향은 지금도 아마 버들강아지부터 피고 있을 것이다.
#감성멘토의 생각한대로, 있는 그대로#감성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