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은 그 중간 어디에
하고 싶어서 하는 일,
해야 해서 하는 일 그 사이 어디쯤
학생일 때는 공부가 그렇게도 싫었다.
책상에 앉는 시간은 늘 지겨웠고, 책장을 넘기기보다 창밖을 보며 딴생각을 하던 시간이 더 많았다.
해야 하니까.
하라고 하니까.
그게 이유였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지금은 배우고 싶다.
시간만 허락된다면 더 배우고 싶다.
아로마 공부도 하고 싶고, 상담도 더 깊이 배우고 싶고,
무엇보다 글을 잘 쓰고 싶다.
말을 잘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그래서 책도 보고, 노트에 정리도 하고, 종종 시험 공부도 한다.
누가 하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그런데 또 아이러니다.
마음은 굴뚝같은데, 눈은 침침하고 안구건조증은 점점 심해진다.
하품이 연달아 터져 나오는 피곤함 속에서,
꿈보다 먼저 지쳐버리는 몸이 있다.
시간과 열정이 맞닿지 않는다.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때와
할 수 있지만 마음이 없는 때가 늘 엇갈린다.
이런 게 인생인가 보다.
직장생활도 다르지 않다.
하고 싶어서 시작했는지,
해야 해서 계속하고 있는 건지,
가끔은 나도 잘 모르겠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었는데,
하루하루 반복되며 익숙함에 감정이 무뎌지고,
해야 하니까 하는 날도 있다.
그렇다고 놓을 수는 없다.
이 일이 나를 먹여 살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내 자존감이 이 일과 함께 자랐다는 걸 안다.
직장생활은 하고 싶음과 해야 함,
그 사이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사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 없고,
해야만 하는 일만 하며 살기엔 숨이 막힌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해야 하는 일 속에서 하고 싶은 의미를 찾으려 애쓴다.
그리고 문득문득,
이 일이 내게 주는 소소한 기쁨을 발견하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래, 이 정도면 잘하고 있어.'
그런 말 한마디면 버틸 힘이 생긴다.
학생 때는 몰랐던 걸 이제는 안다.
하기 싫어서 미뤘던 공부가,
사실은 나를 성장시켜 줄 수 있었던 기회였다는 걸.
그리고 지금,
피곤한 눈을 비비며 배우고 있는 이 시간들이
분명 내 안의 무언가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도 안다.
하고 싶어서 하는 일과
해야 해서 하는 일.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오늘도 나의 하루를 살아낸다.
모순되고 아이러니한 이 인생이
그래도 참 괜찮다고,
어쩐지 나쁘지 않다고,
작은 웃음을 머금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