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 4개)
지금은 50,60대에 접어든 줄리아 로버츠와 휴그랜츠의 리즈시절 모습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영화다. 실제 줄리아 로버츠처럼 유명한 셀럽 배우인 애나 스콧은 우연히 런던의 노팅 힐에 있는 여행전문 서점에서 태커를 만나게 되고, 태커가 오렌지주스를 사 오는 길에 우연히 서로 부딪쳐 파란 현관문이 인상적인 태커의 집에 애나를 데리고 오게 되면서 둘의 사랑이 싹트게 된다.
하지만 평범한(?) 남자인 태커와는 달리 애나는 여러 유명 남자들과의 크고 작은 스캔들에 휩싸여 있고 그때마다 태커는 상처를 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런던에서 애나는 태커의 서점에 찾아와 다시 자신을 사랑해 달라고 구애하나 태커는 이를 거절한다. 하지만 자신의 거절을 후회하고 애나의 기자회견장에 다시 찾아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둘의 사랑은 결실을 맺게 된다.
둘의 만남은 항상 애나가 태커를 찾아오거나 연락함으로써 시작된다. 첫 만남도 애나가 태커의 서점을 찾아옴으로써 시작되었으며, 두 번째 만남도 애나가 태커의 집에 연락을 함으로써 시작되었다. 태커의 여동생 생일파티에 함께 참여하게 된 것도, 영화 후반부에 애나가 태커에게 사랑을 구애하러 온 것도 애나의 방문으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이를 볼 때 둘의 만남은 전반적으로 여자인 애나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될 수 있다. 애나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동안 태커는 애나에게 사랑도 받았지만 그에 대한 상처도 받게 되었고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오로지 태커 혼자 받아들여야만 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이러한 주도권은 태커에게 넘어가게 되는데 기자회견장에 태커가 찾아가고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은 태커가 주도권을 가져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태커가 먼저 만남을 시작한 것은 이 장면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 스토리에 필자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은 태커의 여동생 생일파티 날에 마지막 하나 남은 브라우니를 먹을 사람을 정하기 위한 게임을 하는 장면이다.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장 불쌍한 사람이 되어야 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휠체어를 타게 된 사연, 불임, 이혼, 직장 등의 이야기가 오고 간다. 애나 또한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는데 다이어트, 성형수술, 스캔들 등의 사연을 이야기하고 사람들에게 공감해 줄 것을 원한다.
비슷한 장면은 또다시 나오는데, 애나가 태커의 집에서 같이 하룻밤을 보낸 후 속옷 차림으로 현관문을 열자 수많은 기자들이 애나와 태커의 사진을 찍는 장면이다. 그렇게 충격적인 아침을 맞이한 후 애나는 이러한 스캔들이 자신을 그동안 얼마나 괴롭혀 왔으며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화를 내며 태커에게 이야기한다. 태커는 그것은 단이 오늘 하루만의 일일 뿐 오늘 신문을 내일이 되면 쓰레기통에 들어갈 것이라 그녀에게 타이른다.
이러한 장면들을 통해 필자는 행복의 상대성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한다. 행복은 수능 등급처럼 누군가가 정량적으로 정해 놓은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어쩌면 인간 스스로가 자신의 감정에 대해 이름 붙이는 행위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깨달음을 태커와 태커친구들은 이미 습득하고 있었고 이러한 점들 때문에 애나가 태커에게 끌리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는 있겠으나,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엔 그랜트가 지닌 비주얼은 너무 훈훈하다.
이 영화의 제목이 되는 노팅힐은 영화 속 주인공인 태커의 주거지이자, 애나가 사랑을 시작한 곳, 그리고 힘들 때마다 찾아오는 휴식처였다. 이제는 런던 여행 객들의 관광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