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 3개)
영국 식민지배 하의 홍콩을 배경으로 한다. 열악한 치안과 부패한 경찰, 조직폭력 세력들은 이 시대 상황에서의 혼란을 잘 보여준다. 주인공 오세호는 친구들과 함께 홍콩으로 밀항해 와서 돈을 벌어보고자 우연히 패싸움에 가담하게 되었는데 그것을 계기로 홍콩경찰인 뢰락반장과의 인연을 맺게 된다. 그 후 오세호는 뢰락반장의 목숨을 구해주게 되고 이를 계기로 둘은 의형제를 맺고 홍콩의 매춘, 도박, 마약산업을 독점하며 부를 축적해 나간다. 하지만 마약산업 공급망과 관련하여 영국경찰인 윌로부터 명령을 받게 된 후부터 둘의 마약산업은 위기를 맞이하게 되고, 이에 더하여 홍콩정부의 부패방지위원회 활동에 따라 뢰락반장은 캐나다로의 도피를 계획하게 된다. 하지만 오세호를 구출하기 위해 윌과의 목숨을 건 싸움에 가담하게 되고 결국 둘은 윌을 죽이는 데 성공한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오세호는 '신뢰'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한다. 신뢰가 없이는 이 일을 하지 못하다며 마약 중간책을 위협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등장인물들 사이의 관계에서 신뢰만큼 가벼운 것은 없어 보이기도 한다. 끊임없이 서로를 의심하며 심지어 의형제 관계인 오세호와 뢰락반장 사이에서마저도 스파이가 존재했다.
이와는 반대로 '의리'는 매우 무겁게 느껴진다. 오세호는 자신의 친구들이 죽을 때마다 의리를 지키기 위해 복수를 위한 모험을 감행한다. 또한 뢰롹반장과의 관계에서도 뢰락반장은 캐나다로 도피를 포기하면서까지 오세호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위험한 상황에 가담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볼 때 이 영화 배경 속에서 의리라는 단어는 신뢰보다 더욱 큰 힘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의리보다 더욱 무거운 것이 있는데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법'이다. 영화 속 경찰들 및 등장인물들은 부정부패를 서슴없이 저지른다. 하지만 정부의 부패방지위원회 활동은 그들은 숨막히게 한다. 단지 그 시대 속에서 법을 집행하지 않았을 뿐이지 법의 존재 자체는 등장인물들의 목숨을 조이는 동앗줄이었던 것이다. 영화 후반부에서 뢰락반장은 자신의 어깨에 총을 쏜 후 그 총을 죽은 윌의 시신에 쥐어 줌으로써 정당방위로 만들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 그들은 위법한 행위를 하고 있긴 하지만 어쩌면 이러한 행위를 저지르는 것은 그만큼 법이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또한 뢰락반장이 마약산업을 통해 돈을 축적할 수 있었던 것도 법이 부여한 경찰이라는 권력의 힘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영화 속에서 뢰락반장이 오세호에게 가장 강조했던 것은 영국경찰을 죽이지 말라는 것이었다. 윌 또한 홍콩이 지금처럼 잘 살 수 있는 것은 영국 때문이었다는 것을 강조하며 영국과 홍콩 사이의 역학관계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을 보여준다.
한편 홍콩경찰인 뢰락반장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도구를 물색하였으며 그 수단으로서 오세호를 택한다.
정리하자면 이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세 가지 힘인 영국경찰, 홍콩경찰, 폭력조직은 언급한 순서대로 서열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엔딩은 막강한 권력이었던 영국경찰을 홍콩경찰과 폭력조직이 손을 맞잡고 죽임으로써 그 역학관계를 뒤집었음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제목은 추룡에서 '룡'은 아마도 당시 슬럼가이자 무정부상태에 가까웠던 영국령 홍콩의 구룡채성을 가리키는 것이라 생각된다. 등장인물들이 '추'구하고자 했던 것은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자신이 살 길을 찾는 것, 자신의 친구와 가족들을 지키기 위한 길을 찾는 것이었을 것이다. 무정부상태 가까웠던 상황 속에서 결국 그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즉 '의리'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