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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어바웃 어 보이

★★★☆☆(별점 3개)

by 빵집아들

1. 들여다 보기

철 없는 백수 윌(휴그랜트)은 "인간은 섬이다"라는 말을 신봉하며 혼자 살기 위해 애쓴다. 연애를 하더라도 결혼은 싫다. 책임지기 싫어서다. 어떻게 하면 가벼운 연애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답을 찾는데, 그건 바로 아이를 키우며 혼자사는 여자와 연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신을 2살짜리 남자 아이를 키우는 남자로 거짓 설정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모임'에 가입한다. 하지만 마커스(니콜라스 호울트)를 만나게 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자신의 거짓 설정을 들키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마커스가 처한 난처한 상황(자살시도 하려는 엄마, 학교에서의 왕따생활)을 알게 되자 그토록 피하고 싶어 했던 '책임감'이 발동한다. 결국 그는 마커스를 도우려는 행동을 하게 되고 결국 그의 크리스마스는 혼자 보내는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2. 자세히 보기

영화는 주인공 윌이 보는 TV 퀴즈쇼에서 소개되는 "인간은 섬이다"라는 문구로 시작되어 "섬일 지라도 섬 밑의 대륙끼리는 연결되어 있다"라는 나레이션으로 마무리된다.


필자는 이 영화 스토리를 따라가며 '책임감'이라는 요소에 집중하였다. 윌이 가벼운 연애를 추구한 까닭은 결국 책임감과 연결되어 있다. 결혼은 배우자를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그를 놓이게 하고, 출산은 자녀를 양육하여야 하는 책임감을 가지게 하기 때문이다. 이토록 책임감을 회피하고자 노력하였던 그였지만 그러한 행동이 도리어 '마커스' 돌보기라는 책임감을 그에게 덮어 씌우게 된다. 이러한 장면은 오히려 그가 너무나도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반문을 가지게 한다. 비록 마커스가 그의 집의 벨을 매일 누를지라도, 마커스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될지라도 그가 태생적으로 무책임한 사람이었다면 무시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감 있는 그였기에 마커스의 방문을 무시하지 않았고, 또한 마커스의 엄마에게 마커스의 마음을 전달하기에 이른다. 심지어 학교 콘서트에 기타를 들고 함께 무대에 서기도 하였다.


여기서 필자는 책임감의 '진입장벽'이라는 주제로 글을 이어가고자 한다.

진입장벽이라 함은 본래 경제학에 많이 사용되는 용어이다. 독점기업이 자신의 상품을 판매하는 시장에서 경쟁자가 함부로 넘어오지 못하도록 가격을 일부러 많이 낮추는 행위이다. 이러한 진입장벽 개념은 심리학적 용어인 책임감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책임감에 있어서도 진입장벽이 존재하며 특이나 우리나라에 있어서 최근 책임감의 진입장벽이 다소 높아지지는 않았는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좋은 배우자 되기, 좋은 부모되기, 좋은 며느리 혹은 사위 되기를 원하지만 그러한 책임감의 무게가 우리 사회에 있어 지나치게 무거워지지는 않았는지, 너무나 무거워 보여 진입조차 힘들어지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그 진입장벽만 넘어가면 책임감이 제공하는 사랑과 연대의 행복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책임감은 결국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서로가 주고받기 때문이다. 주고받는 책임감은 기쁨과 행복을 배로 증가시킬 수 있다.


최근 한 영화배우의 비혼 출생 스캔들과 관련하여서도 이를 적용해 볼 수 있다. 해당 영화배우의 선택은 책임감 있는 행동일까? 아니면 무책임한 행동일까? 그의 선택은 진입장벽을 넘었을까? 넘지 못했을까?


3. 나오기

이 영화의 제목은 About a Boy 이다. 여기서 Boy는 겉으로는 마커스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나 철없는 청년인 윌을 함께 가리키는 이중적인 의미로도 해석된다.

인간은 물론 혼자서도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잘 살기 위해서, 좀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협력과 연대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영화 속의 Boy들은 연대와 협력을 느끼며 성장을 해 나갔고, 이를 통해 좀 더 행복해진 삶을 살 수 있는 희망을 보여 주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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