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 2개)
탑배우 여래(이하늬)는 휴식을 취하러 간 콸라섬에서 조나단(이선균)을 만나 결혼하지만 그의 인형과 같은 존재가 되어 얽매여 살게 되고 배우도 은퇴를 한다. 한편, 서울대입학이 목표인 4수생 범우(공명)은 콸라섬에서 돌아온 여래와 조나단의 옆집에 살고 있으며 우연히 여래를 만난 범우는 그녀의 오랜 팬이었음을 알리고 그녀가 조나단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을 돕기 위해 조나단을 죽이려 하는 계획을 함께 세운다. 하지만 그 실행 과정에서 오히려 조나단을 살리는 데 돕게 되고 결국 그 계획들을 알아챈 조나단이 여래와 범우를 위험에 빠뜨리지만 결국 조나단을 물리치게 되고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이 영화는 소위 말하는 B급 유머를 장착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유머가 불편했기 보다는 조나단과 여래의 관계 설정이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함을 안겨 주었다. 조나단은 자신의 아내인 여래에게 끊임없이 행복을 '강요'한다. 여래가 무표정을 짓고 있으면 두 손가락을 그녀의 입술 끝에 갖다 대어 억지로 웃게 만들고 "It's good"을 외친다. 또한 HOT의 노래인 '행복'을 자주 부르며 모두가 자신의 말과 행동에 행복한 모습과 표정을 짓도록 강요한다.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그를 만남으로써 행복해야만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어느 한 사람이 우월한 지위를 가지게 되는 원천은 나이, 권력, 돈, 직위 등이 있을 수 있다. 조나단이 여래로부터 갖는 우월적 관계는 돈에서 비롯된다.
이와 같이 돈에서 비롯되는 우월적 관계 뿐 아니라 교사와 학생, 부모와 자녀, 상사와 부하 등의 관계에서도 우월적 관계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방이 타방에게 행복을 강요하지는 않는가? 부모가 자네에게 사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줄 때 자녀는 만족해야만 하도록 강요받지는 않는가? 상사가 사주는 음식을 먹고 반드시 맛있어야 하지는 않는가?
행복은 강요될 수 없다. 행복은 자기 스스로가 느끼는 주체적인 감정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불편했던 다른 이유 중 하나로 이 영화의 유머를 보며 웃음을 강요당하는 느낌을 일부 받았기 때문이었다. 웃음도 주체적인 감정임이 분명하다.
범우가 옥상에서 여래를 처음 발견하는 순간 여래 집으로부터 조명이 범우를 향해 비춘다. 이 때 여래는 가만히 있어야만 그 조명이 꺼진다고 말한다.
가만히 있어야만 하는 순간은 여래집 안에서도 등장한다. 여래가 조나단의 말을 잘 듣지 않을 때 조나단은 여래를 방 한 쪽 코너에 몰아 세워둔다. 그런 뒤 조명을 여래에게 비추고 조나단은 귤을 계속적으로 그녀에게 던지며 가만히 있을 것을 요구한다.
조명은 극중 후반에도 등장한다. 여래와 범우가 타조를 구하려다 조나단에게 발각되었을 때 조나단의 부하들과 조나단은 그들에게 조명을 비추며 가만히 있을 것을 요구한다.
행복의 강요에 이어 행동의 강요인 것이다. 흔히 우월한 일방이 상대방을 훈육 내지 교육 시킬 때 "가만히 앉아 있어" 혹은 '똑바로 앉아" 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강요는 사과의 강요, 죄 고백의 강요, 또는 반성의 강요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과 내지 반성 또한 행복과 마찬가지로 강요될 수 없는 주체적인 감정이다.
HOT의 행복과 더불어 극 중에서 반복되는 노래는 비의 '레이니즘'이다. 조나단의 집에 크게 걸려있는 근육질의 조나단 사진은 마치 비의 몸매사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감독이 의도한 바인지는 알 수 없으나 조나단의 모습이 가수 비의 모습과 오버랩되기도 한다. 몇년 전 가수 비의 '깡' 노래가 역주행한 바 있다. 역주행의 이유는 깡 노래가 가진 의도, 즉 비의 멋짐에 대한 감동의 강요가 시간이 흐른 뒤 이를 조롱하는 것이 도리어 청자들에게 놀이 문화로 자리잡은 데에 기인한다.
영화 속에서 조나단은 꽐라섬의 레슬링 챔피언이자 운동과 근육질로 무장한 멋있는 사람으로 설정된다. 처음 여래 앞에 등장할 때 그의 무술 장면도 멋짐과 감동을 강요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장면들이 여래로 하여금 감동을 하도록 강요한 것이 아닐까? 감동 또한 강요될 수 없는 주체적인 감정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Killing Romance이다. 범우와 여래 사이의 로맨스를 조나단이 죽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조나단과 여래 사이의 로맨스를 범우가 죽이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