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을하늘 Sep 23. 2024

일곱살이라는 ‘함정’에 빠져버렸다.

   평화로운 주말의 오후, 우리 가족이 함께 할 맛있는 저녁 식사를 기대하며 장을 보았다.


  “여보! 오늘 저녁에 된장찌개 어때?”

  “오! 된장찌개 좋지! 그럼 우리 해봄이가 좋아하는 삼겹살도 같이 먹는 건 어때?”

  “좋아, 여보! 오늘은 우리 해봄이가 좋아하는 메뉴들이 가득해서 저녁을 맛있게 먹을 것 같은데?”


    저녁에 가장 좋아하는 삼겹살을 먹는다는 우리의 대화에 해봄이의 눈도 반짝였다.


  “엄마, 아빠! 나 배고파. 얼른 집에 가서 삼겹살 먹자, 빨리 빨리!”


  해봄이의 이야기에 장을 보는 아내와 나의 손이 더욱 분주해졌다.

  삼겹살과 함께 먹을 상추를 담기 위해 채소코너로 향하던 내게 누군가 인사를 건네 왔다.

  

  우리 반 여울이 부모님이었다.


  “어머! 선생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머님, 아버님! 여기서 뵙네요!”

  “그러게요! 댁이 이 근처이신가 봐요?”

  “네! 맞아요! 이 근처에서 살고 있어요!”


  어린이집이 아닌 낯선 공간. 

그 낯선 공간 속 학부모님과의 만남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어머님과 아버님 곁에 서 있는 작은 아이가 보였다.


  ‘도대체 저 아이는 누구지? 여울이

동생인가?’라는 고민에 빠지려던 찰나에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머! 저 아이가 우리 반 여울이구나. 어린이집 안에서는 한 없이 크게만 보였던 일곱 살 형님 여울이가 이렇게 작고 어린 아이였다니…’


  당황스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여울이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여울아! 마트에서 만나니까 더 반갑네요! 엄마 아빠랑 장 잘 보고 돌아가요! 우리는 주말 보내고 월요일에 만나요!”

  “네! 선생님! 저도 진짜 반가웠어요! 월요일에 어린이집에 가면 마트에서 선생님 만났었다고 친구들에게 자랑할 거예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문득 생각에 잠겼다. 어린이집에서는 일곱 살 가장 큰 형님반인 ‘햇살반’의 믿음직스러운 형님이었는데, 밖에서 만나니 하염없이 작고 귀여운 꼬마였다.


  그 순간 ‘일곱 살’이기에 햇살반 친구들이 모든 것을 스스로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내 생각들이 큰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 일곱 살… 이제는 다 큰 형님이라고 생각했던 여울이와 햇살반 어린이들도 아직은 작고 귀여운 어린이일 뿐이야!’


  오늘 만남으로 나는 일곱 살이라는 ‘착각의 함정’ 속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넌 왜 무지개가 좋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