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종소리

by 황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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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밤마다 새로운 얼굴을 가졌다. 네온은 빛났지만, 그 빛은 언제나 그림자를 더 짙게 만들었다. 나는 문을 닫고도 잠을 이루지 못해 골목 끝을 따라 걸었다. 그동안 카페 안에서만 들리던 종소리가 그날은 거리 위에서 울려 퍼졌다. 맑고, 선명한 울림.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종소리는 분명 문턱에서만 울려야 했는데, 도시 한복판, 사람 없는 교차로에서 메아리치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가로등 불빛 아래 서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모두 정지한 듯 움직이지 않았다. 얼굴은 희미했고, 손에는 무언가를 꼭 쥐고 있었다. 낡은 시계, 부러진 열쇠, 찢어진 사진. 나는 숨을 삼켰다. 그것은 카페 안에 모여 있던 단서들이었다. 그 순간, 사람들 입에서 동시에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자정 10분 전.”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만이 도로 위에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종소리는 다시 울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카페 ‘문턱’은 더 이상 한 골목의 작은 가게가 아니었다. 도시 전체가 문턱이었고, 유령들은 그 문을 통과하지 못해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멀리서 기차의 경적이 들렸다. 그 소리는 종소리와 겹쳐지며 밤을 갈랐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문턱의 주인은 카페 안에서만 정해지는 게 아니었다. 도시 전체가 계약의 일부였고, 나는 이제 그 한가운데 서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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