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고 지친 하루가 끝날 무렵,
집에 들어서면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왔어?”
“밥 먹었어?”
“씻고 얼른 자.”
짧고 단순한 말들이었지만
그 안엔 오늘 하루를 다 품고 있었다.
피곤하다고 말하지 않아도
속상하다고 털어놓지 않아도
그 목소리 하나면 괜찮아졌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다 아는 듯 걱정해주는 그 말투가
하루의 끝을 따뜻하게 덮어주었다.
어릴 적엔 몰랐지.
그런 말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그 목소리가
내 삶에 얼마나 큰 부분이었는지.
지금은 집에 들어서도 조용해.
누구도 묻지 않아.
오늘 어땠는지, 밥은 먹었는지,
그런 당연했던 질문들이
이제는 사라졌다.
마음이 허전한 날엔
가끔 상상해.
문을 열면 다시 그 목소리가 들릴 것 같은 순간을.
그냥,
“왔어?”
그 한마디면
하루가 다시 살만해질 것 같은데.
하루의 끝엔 이제
조용한 방과 나 혼자뿐이지만,
내 안엔 여전히
그 목소리가 살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