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먼저 멀어진 사람

by 황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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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엄마의 말이 내게 멀게 느껴졌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나는 자꾸 눈을 피했고,

엄마는 더 이상

내 마음을 묻지 않았다.

그건 싸움도, 갈등도 아니었다.

그저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스쳐가는 하루들 속에서

서로의 마음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던 거다.

엄마는

내 일상에서 당연한 존재가 되었고,

나는

엄마를 생각하지 않아도 하루를 살 수 있게 되었다.

그게

서운해서가 아니라

익숙해서였고,

그 익숙함 속에서

우린 점점

서로의 마음을 잃어갔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

마음이 멀어진다는 건

의외로 아주 조용히 일어난다.

사소한 오해,

서툰 표현,

바쁜 하루,

그리고

"나중에 이야기하자"는 말이 쌓이면

어느 순간

대화보다 침묵이 편해지고,

사랑보다 거리감이 앞서게 된다.

엄마는

늘 그 자리에 있었는데

마음은 내가 먼저 떠나 있었다.

그게 미안하고,

그게 아프고,

그게 지금의 나를 조용히 무너지게 만든다.

아무도 떠나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미

서로의 마음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은

꼭 이별이 아닐 때도 있다.

그건

마음이 먼저 돌아서버린 어느 조용한 오후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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