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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개장

by 케빈

닭개장


똥꼬 부분에 붙은 지방을 제거라하는 엄마의 말에

살에 붙은 지방이 과연 잘 떨어지겠어 하는 물음표를 던지며

살짝 잡아 당겼더니 툭하고 떨어졌다.

살았을 적 사료 주워 먹으려 붙였을 ㅣㅈ방 덩어리가

너무 쉽게 툭 하고 떨어지자 슬픈 생각이 든다


가위를 들어 꼬리살을 싹둑 잘랐다.

사람들이 더럽다고 먹지 않는 모양이다.

깃털이 벗겨진 맨살을 미지근한 물에 씻고 있자니

참 부드럽다는 생각이 든다.


한 마리를 다 씻겨내고

또 다른 한 마리를 똑같이 지방 떼내고 꼬리 살을 잘랐다.

가슴에 붙어 있는 가슴살이 한없이 포동하기만 하다.


삶을 솥에 두 번째 닭을 넣었을 때

요 두 마리가 살아생전 형제였거나 남매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두 놈의 살이 좁은 솥에서 맞붙었다.

솥은 두 놈이 넉넉하게 누울 공간 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이제 물이 끓으면

그나마 붙어 있던 지방은 둥둥 뜰테고

살은 사람들이 씹기 좋게 부드러워 질테지


태어나지 말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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