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30분. 출동이다. 인천 선녀바위 해변에서 해루질을 하다가 물이 들어오는 걸 모른 채 물에 빠진 사람이었다. 시장에서 사면 1~2만 원 하는 것들이 바다 지천에 널려 있으니 그걸 줍느라 물이 목까지 차오른 거다. 다행히 익수자는 바지장화를 빨리 벗어버렸고 모래 사이로 삐죽 솟은 바위 위에 발끝을 걸치고 간신히 살아 있었다. 구조사가 다가가 헬기로 끌어올리는 순간까지 그는 잡은 조개망을 쥐고 있었다. 사람도 살렸고 조개들도 살려서 바다로 돌려보내 주었다.
아침 9시. 그렇게 임무를 끝내고 돌아오면 다시 잠들기가 힘들다. 무거운 몸이지만 그래도 퇴근이라는 생각에 다리는 가볍다. 집에 돌아오면 아이들의 흔적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먹다 담은 계란 프라이, 둘째가 신다가 마음에 안 들었던지 던져버린 양말. 그것들을 치우고 늦은 아침을 먹었다. 수영을 갈까 하다가 어젯밤 생각에 러닝화를 신었다. 그대로 잠들 수도 있었지만 몸을 좀 더 피곤하게 만들고 난 다음에 자기로 마음먹었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게 뛰고 가져간 냉수를 들이켰다. 좀 살 것 같았다.
집에 와서 점심을 끝낸 시간은 오후 1시 반. 따듯한 햇살이 비취지는 거실에 누우니 눈꺼풀이 스르르 감긴다. 안방에서 커튼을 치고 잘까 하다가 그 햇살이 좋아 그냥 눈을 더 감아 버렸다. 아이들이 돌아오는 4시까지는 충분히 더 잘 수 있다.
아이들이 신발을 벗어던지며 “아빠 왔어?” 하며 품 속으로 뛰어든다. 개운하게 일어나며 맡는 아이들의 냄새는 신록의 내음보다 더 향기롭다. 그렇게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아이들과 얘기를 나눈다. 오늘 배운 건 뭐고, 어려운 건 업었고, 어떤 점이 즐거웠는가를. 아이들은 아빠와 만나 반가운 것도 잠시였는지 건성으로 대답을 하고는 컴퓨터를 켜버린다. 그리고 나도 그 옆에 누워 핸드폰의 비번을 풀어 뉴스를 본다.
어제 우리가 구했던 사람은 유튜버였나 보다. 해루질 전문 유튜버. 구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자신의 채널을 통해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해루질의 위험성을 자신의 구독자에게 알리고 있었다. 바지장화는 신지 말고, 짝을 지어서 바다에 들어가고, 물때를 꼭 알고 들어가야 하고. 그 채널의 구독자는 한 2천 명 정도 됐다. 더 많았으면 좋으련만 하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교대 근무라 주말이 크게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불금은 덩달아 신난다. 아이들도 학교를 가지 않아 신나고, 아내도 쉬어서 신나고, 넷플릭스에 보지 않은 프로그램이 많다는 것도 신나게 만든다. 돼지고기 김치찌개와 따끈한 스팸 계란말이를 저녁으로 먹고 아내와 함께 소파에 등을 기댔다. 아이들은 아직 깨지 못한 보스를 잡으러 갔고 우리는 누가 오늘 좀비로 변할까? 라며 맥주 캔을 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