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女 2화

동정과 연민의 가면으로 나를 소유하려 했던 당신들

by diletantism

2화- 이름없는 자


김이 나는 만두를 두고 정막이 흘렀다.


“그..... 오늘 날씨가 좋다 그치?”


뻔한 말솜씨는 되려 질리게 한다.


“우리 나중에 어디 놀러나 갈까? 곧 장이 열릴 텐데 거기 가는 걸 좋아하잖아?”


“요즘 좀 피곤해서...”


“아.... 그래도 혹시 몸 괜찮으면 말이야.”


“그래, 그러자. 근데 나 좀 쉬고 싶네. 요즘 따라 유독 좀 그런 거 같아.”


“오늘은 얼른 만두 먹고 푹 쉬어!”


“....”


“왜? 만두도 입에 맞지 않을 만큼 몸이 좋지 않은 거야?”


“만두는 좀 있다가 먹을게. 우선 좀 쉬려고...”


“아....”


탄식에 묻어 나오는 아쉬움에 마지막 흥미마저 떨어져 버렸다. 그럼에도 나도 알고 있다. 타오 이 녀석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좋은 사람. 내가 바라면 그게 무엇이든 해주려고 노력한다.


“타오, 오늘은 별일 없었어?”


“어? 어! 새벽부터 밭에 가서 일 좀 하다, 점심 먹으러 오는 길에 할머니들이 여럿이 모여 무언갈 하더라고, 그거 도와주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만두가 있더라고! 그래서 너 생각이 나더라? 그 길로 만두를 챙겨서 바로 왔지!”


“아. 그럼 너는 아직 밥 못 먹은 거네?”


“어. 뭐 그렇지.”


“이거 너 먹어.”


“무슨 소리야 그냥 너 먹어. 나는...”


“네가 먹는 모습을 보는 게 난 더 기분 좋을 거 같아. 사실 아까 조금 요기를 하기도 했거든.”


“아.... 그래?”


“응~ 어서 먹어줘.”


허겁지겁 만두를 먹기 시작한 타요를 지긋이 바라보며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보았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맛있는 냄새가 나니 새도 배가 고픈 거 같았다.


“잠시만”


주방으로 가 나락을 몇 개 주어와 새장 안에 넣어줬다.

타오는 말하는 새를 좋아하지 않아 보였다. 그것을 누가 주었는지 알고 있어서 그런 거 같았다.


“정말 신기하지 않아? 사람 말을 한다는 게.”


“...”


“맛있나 봐~ 다음에 꼭 한 번 더 가지고 와 줘. 그땐 나도 꼭 맛있게 먹을게.”


“응...”


타오를 달래어 얼른 집에 보냈다.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했다.

타오를 보내자마자 할머니가 밥 먹으라 소리쳤다.


“몸은 괜찮은 게냐?”


고슬고슬한 점심밥을 앞에 두고 옌 할머니가 물었다.


“식사나 하세요.”


아침부터 신경이 예민한 건지 속에 없는 소릴 지껄였다.


“사내놈에겐 마음 주는 게 아니다.”


늙은이는 저 말이 지겹지도 않은가 보다. 골백번도 더 들은 이야기라 대꾸하지 않았다.

풀냄새가 솔솔 올라오는 것 보니 여름이 오고 있었다. 바라건대, 올해는 유난히 덥지 않길 바라며 하늘을 잠시 바라보았다.


“조금 있다. 장에 좀 가자.”


“맞다~ 오늘 장 열리는 날이지?”


“그래, 얼른 먹고 빨리 가자. 날이 더워지겠다.”


“근데 뭐 살 건 있어?”


“보고. 장이 열리니 그냥 한 번 쓰윽 보는 거지.”


“하하하. 알았어.”


장이 열리면 가장 먼저 움직이는 부류는 아이들이다. 장 근처로 가자마자 아이들이 신나 소리치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렸다.

할머니를 따라다니며 새로운 것이 있나 싶어 보기도 하고, 할머니가 멈춰 나물을 유심히 들여다볼 때는 같이 보았다. 잘 몰라도 말이다. 주로 숨이 죽은 나물을 많이 샀지만, 상황이 여유가 있을 때는 싱싱한 것들도 사 먹었다.


“어?! 할머니 나 여기 있을 테니까 좀 둘러보고 와?”


자라가 보였다. 이상하게 어렸을 적부터 자라를 보면 신기했다. 자라는 등이 딱딱한데 속은 말랑말랑하다. 근데 그렇다고 함부로 만지려 하면 손가락이 잘려 나갈 정도로 괴팍한 성격도 가지고 있는 생물이다. 색은 시커먼 게, 이상한 놈이다. 그렇치만 묘하게 매력 있는 짐승이다.


“어라? 색깔이 밝네?!”


“어허허, 자란 줄 알았지?”


“어, 아니에요?”


“이 놈들은 거북이라는 놈들이야. 자라 사촌이지, 사촌.”


“아~ 그렇구나. 근데 자라라고 생각할 줄 아셨나 보네요? 하하하. 저 말고도 헷갈려하는 사람이 많나 봐요.”

“그럼~ 나도 가끔은 헷갈리는데!”


무안을 주지 않으려 호탕하게 웃어넘기는 아저씨가 꽤 재밌었다.


“넌 맨날 요상한 거만 좋아하니.”


“뭐가~”


생각보다 빨리 돌아온 할머니는 웃으며 또 놀려댔다.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으응. 살 거는 별로 없더라.”


“으음..... 할머니 나 좀만 더 보고 갈게.”


“그래라.”


할머니가 돌아서자마자 부리나케 시장 골목으로 향했다.

그곳은 유명한 야바위 장수가 있는 곳이었다. 골목을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이 빼곡히 있었다. 이미 앉을 수 있는 자리는 다 없어졌고 뒤에서 물끄러미 야바위 장수가 보이는 손놀림에 모두가 감탄하며 시간을 보냈다. 선택하는 족족 틀리자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야바위 장수가 어느 정도 했다 싶으면 자리를 마무리하며 원숭이 장수가 나타나 어김없이 원숭이에게 묘기를 주문하는데, 그게 매번 보아도 신기했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는지, 골목이 한산해졌다. 골목을 빠져나오자마자 어떤 아이들 무리가 폭죽 하나를 가지고 달려가다 나와 부딪혔다. 다행히 아이들도 그렇고 나도 크게 다친 곳은 없었다.


“괜찮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고 보니, 양구이란이었다.


“어? 무슨 일이야?”


“장날이잖아.”


양구이란은 나를 아래위로 훑다가 크게 다친 데는 없는 것을 확인하고 따라오라 했다. 그는 나에게 폭죽 하나를 골라보라 했다. 아까 전 아이들과 같은 폭죽을 골라 상인이 불을 붙여주자, 폭죽 잡은 손을 하늘로 올렸다. 해가 많이 기울어져 폭죽의 빛이 더욱 빛났다. 옆에 있던 양구이란도 재밌는지 크게 웃어댔다.


“도련님!”


크게 웃는 상황에서 누가 소리쳤다.


“아이고, 도련님. 한 참 찾았습니다. 점심때부터 어디를 그렇게 다니십니까?”


“왜요?”


양구이란은 기분 나쁘다는 듯이 말했다.


“아버지께서 찾으십니다! 어서 가시죠!”


“흠흠... 나 먼저 갈게.”


“어.... 고마워... 잘 가!”


빛이 사라진 폭죽을 바닥에 던지고 가만히 서서 주변을 둘러보니, 상인들도 장을 정리하는 거 같았다. 그러다 어느 귀퉁이에서 누가 지켜보는 시선이 느껴져 그곳을 유심히 보니 타오가 거기 있었다.


“어? 타오!”

타오는 씩씩거리며 나에게 다가오더니, 팔을 잡고는 어디론가 달려갔다.

얼마나 달렸을까, 숨이 너무 차, 타오의 손을 뿌리치며 소리쳤다.


“갑자기 왜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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