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과 연민의 가면으로 나를 소유하려 했던 당신들
3화 - 좋은 사람
“난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이제 나를 인정해줘! 나만이 올곧이 당신을 사랑하는 남자야!”
“...”
타오는 울부짖듯이 말했다. 그의 진심은 눈에 맺힌 물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 마음에 박히지 않았다. 그냥 그것은 그의 진심이었다.
사람들이 보는 것이 더 부끄러웠다. 당장 그 자리에서 도망가고 싶었다.
“그래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근데 이렇게 말하는 건 아닌 거 같아. 우리 조금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다면 우린 더 좋은 사이가 될 수 있을거 같아.”
이 말은 그나마 흥분된 그의 상태를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된 거 같았다. 씨익씨익 거리는 그의 숨소리가 편안해져 보였다.
“아니, 나는 그런 내 마음을 말하고 싶었고, 네가 알면서도 나를 피한다고 생각했어. 근데 그게 너무 나를 힘들게 해. 그냥, 그걸 말하고 싶어.”
“그래, 자신 있게 말해준 건 고맙다? 근데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줬으면 해.”
쭈뼛쭈뼛 서 있는 타오에게 다가가 양 손을 내밀자, 타오도 손 내밀어 얹었다. 그윽히 바라보면서 웃어주자 씨익 웃어 보였다.
“이제 갈까? 시간이 많이 늦었어.”
“어 맞아. 내일도 아침 일찍 밭에 나가봐야 하는데 내 정신 좀 봐.”
다시금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이자, 안도했다. 더 큰 일이 벌어지지 않게 됨이 감사했다.
“아까 만두는 정말 서운했어.”
“아하하하.”
“그 만두, 우리 엄마가 손수 정성을 다해 만든 건데, 그걸 너에게 준 거였어.”
“그래.... 너무 감사하네. 고마워.”
“이제 그만갈까?”
쭈뼛쭈뼛 서 있으면 이야기가 길어질 거 같았다. 결국 굳이 하고 싶지 않은 말을 내 입으로 해버려야 그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집으로 향하는 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는 크게 흥미롭지는 않았지만, 그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더 상처를 내긴 싫었기에 약간의 응답으로 맞춰주었다. 짧은 거리였지만 조금은 길게 느껴진 돌아가는 길에서 드디어 집 앞에 다다르자 할머니가 앞에 마중을 나와 있었다.
“어?”
타오가 먼저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앞으로 갔다.
“안녕하...”
할머니는 타오의 뺨을 날렸다.
“대범한 놈. 저 년을 시집도 못 가게 만들 셈이냐?!”
할머니의 행동에 크게 놀라 달려가서 할머니를 말렸다.
“네 년도 똑같아!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게냐!”
그렇지만 할머니의 호통에 할 말이 없었다.
“에휴... 쯧쯧.... 안에 커제 영감이 왔으니 인사하거라!”
“이 밤에요?”
할머니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내 손을 잡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할머니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니 커제 영감님이 차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었다.
“밖이 꽤 소란스럽더구나.”
“아이고, 별 일 아니었어.”
“허허. 그래. 오랜만이다.”
“네 할아버지.”
“내 다름이 아니라 너에게 제안 할 것이 있어, 이렇게 밤 늦게 왔다.”
“네. 말씀하셔요.”
영감은 뜸을 들이다, 차를 한 입하고 입을 뗐다.
“양찬의 아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양구이란 말씀이시죠?”
“그래. 걔가 그렇게 널 많이 좋아한다던데.”
“별생각은 없네요.”
“흐음.....”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영감에게 친절히 대하고 싶다는 느낌은 없어졌다.
“아이고 차 한 잔 더 드시게.”
주방에서 끓는 차를 가져온 할머니의 등장으로 약간의 안도를 하였다. 할머니도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들으려 했다.
“그래, 영감,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가?”
“흐음....”
“아, 양구이란에 대해서 말씀하셨어요.”
“양구이란? 그 양찬의 아들 말이냐?”
“그렇네.”
“에라이, 이 미친 영감탱이를 보았나!”
할머니는 역정을 내며 소리쳤다.
“할매, 왜 그렇게 양찬 이야기만 하면 소리를 치는가?! 그 집이 꽤 괜찮네. 그 집에서 이 아일 그렇게 원한다던데, 그 정도 여유라면 충분히 고려해 볼 만 하지 않은가?”
“이보게 이 영감아, 자네 내랑 안지 수 십년 동안 내 성격 모르겠는가? 내 죽은 서방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몰라서 지금 이 이야기를 하는가?!”
“에이, 알고. 그래도 지금은 지금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세상이 어지럽네. 예전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사방 곳곳에 벌어지고 있어! 저 황제의 자리를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계집이 지 스스로를 황제라고 칭한 순간부터 말이야!”
“듣기 싫다! 차 한 잔 얻어 마셨으면 이제 집에 가!”
“흐음.... 무튼 한 번 잘 생각해보게. 듣자 하니 자네도 영 마음이 없는 거 같진 않던데.”
그 말을 하자마자 할머니는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죽일 듯이 영감에게 달려들었다. 깜짝 놀라 할머니를 말리자, 영감은 그새 문을 열고 도망갔다.
“오늘 저 영감이 한 말은 모두 잊거라.”
“....”
“죽은 년, 그년 정말 좋은 애였다. 다른 별 볼일 없던 년들이 양찬의 첩이라고 손가락질 해댔지만, 그건 아니야. 내가 알어. 근데 그런 집안에.... 썩을 영감탱이.”
잘 밤에 차를 마시니 몽롱하여 잠이 더 잘 올듯했다. 침상에 누우니 할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와 옆에 누워 나지막이 말했다.
“같이 자자. 내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