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과 연민의 가면으로 나를 소유하려 했던
4화 - 지켜지는 여자
“안녕?”, “안녕?”
새가 새로운 말을 배웠다.
말하는 새야말로 따분한 삶에서 유일한 즐거움, 낙!
할머니와 함께 빨래감을 들고 나섰다. 마을의 아낙네들은 제 각기 구역을 마련하여 빨래를 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는 마을의 어떤 규칙보다 가장 엄숙히 지켜져야 할 것이었다.
“어머, 타오까지 꼬시다니 생긴 건 전혀 안 그렇게 생겨 먹어가지고.... 쯧쯧...”
“에휴, 내비둬. 첩이시잖여. 호호...”
아낙네들의 입은 귀신보다 무서웠다.
아줌마들의 말을 마음속에서 애써 담아두지 않으려 했다. 그럴때에는 젊은 몸보다 늙고 귀가 먹은 할머니가 부러울 지경이었다.
빨래를 마치고 홀로 산책 삼아 밖으로 나왔다.
마을 중앙에 큰 건물이 세워지고 있었다. 그 건물은 전통으로 짓는 것이 아닌 양인들의 건물 방식이라 들었다.
완전히 지어지진 않았지만, 보았을 때, 건물이 튼튼해 보였다. 사람들은 길을 오가며 건물을 구경하고 건물을 짓는 과정을 서서 유심히 지켜보며 자기들끼리 토론했다.
“안녕하세요?”
젊은 남자가 앞에 섰다. 딱 보아도 도시에서 온 자였다.
“저는 진. 북경에서 왔습니다.”
“아, 네.”
“이 건물, 신기하시죠? 아시다시피 이 건물은...”
“진! 이리로 와!”
검은 옷을 입은 나이가 지긋한 사람이 큰 소리로 젊은 남자를 불렀다. 그러자 그는 재빨리 뒤돌아 그에게로 갔다.
“성직자의 길을 걷고 있으니, 되도록 성미가 드러나는 행동은 삼가라.”
“네...”
시무룩한 그의 표정관 달리 그의 볼은 이미 상기되어 있었다.
근처 건물을 구경하고 있던 아낙들이 다가와 물었다.
“저 사내가 뭐라고 하든?!”
“그냥.. 뭐... 별 말 안했어요.”
“흐흐... 그래~?”
“이 건물은 무엇인가요?”
“성당!”
“성당이요?”
“뭐, 제사드리는 곳이라던데?”
“누구한테요?”
“양놈들의 황제래!”
“산 사람에게 제사를 드려요?”
“죽은 사람이래!”
“아.... 네.”
갑자기 부끄러움이 몰려와 자리를 피했다. 괜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 것 같았다.
“음... 양인들이 이곳까지 왔구나....”
집으로 돌아가면서 성당이란 곳을 본 것과 양인들은 어떨까하는 상상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듣기로 양인들은 덩치도 크고 마치 괴수와 같은 행색을 하고 있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겁이 나면서도 호기심으로 가득 머릿속을 채운 채 집 앞까지 다다랐다.
“어이!”
“집에 가.”
하루의 끝에서 피하고 싶은 것 중 하나를 꼽으라면 술 취한 자를 만나는 것일 것이다.
“야이씨, 왜 이렇게 늦게 다녀!”
“무슨 소리야. 그리고 니가 무슨 상관이야.”
“저녁 시간이 넘었잖아!!”
“가.”
“에이 씨.”
양구이란은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그가 힘을 주며 어깨를 잡자 너무 아파 소리지르며 자리에 나 앉았다.
“야, 너 요즘 날 피하는 거 같더라. 어?”
“뭐래. 술 마시면 맨날 하는 소리 지긋지긋하다 정말.”
“뭐? 내가 분명 말했지? 우리 집으로 들어오라고!”
“허, 내가 미쳤냐, 너 같은 놈한테 맞아 죽게? 나 그렇게 살기 싫어! 꺼져! 당장!”
“얼른 그 손 놓으세요!”
벼락과 같은 소리에 양구이란도 뒤를 쳐다보았다.
검은 옷을 입은 사내와 그 주변으로 몇 사람들이 그 주변으로 나열되어 있었다.
“뭐야, 넌?”
“진, 신부입니다.”
“하, 갈 길이나 가쇼.”
“그렇게는 안되겠습니다. 어찌, 길거리에서 이런 행패를 부리십니까?!”
“네가 뭔데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야?!”
술을 마신 양구이란은 그에게 다가갔다.
신부님이 굳이 나설 필요는 없었다. 그의 뒤로 사람들은 이미 신부님 앞으로 나아와 그가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도록 막았기 때문이다.
“쳇, 내가 누군지 모르나 보네? 북경에서 온 촌놈들이 말이야. 어?!”
양구이란의 호통에도 아무도 꿈쩍이지 않자, 당황한 듯 멈칫했다.
“이 사람들을 건드리면 나를 건드리는 것이고, 이는 황제에게까지 보고될 것이요.”
“...”
순식간에 착해진 양구이란은 본인의 심보를 주체하지 못하고 나를 밀친 벽을 향해 손바닥을 내질렀다.
“나를 좀 봐! 날!”
그의 눈에 물로 가득 찼다. 그러나 그것은 마음 깊이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어린 아이가 심통을 부리는 울음과 같았다.
양구이란은 욕을 내뱉으면 떠났다.
긴장이 풀리자, 나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렸다.
신부님이 다가와 손을 붙잡았다.
“괜찮나요?”
“네, 감사합니다.”
그는 나와 눈을 마주하고 싶어 하는 거 같았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 딴 곳을 보며 일어났다. 앞을 보니 할머니가 마중 나와 있었다. 그 길로 바로 집으로 들어갔다.
“잠깐만!”
그가 불러 멈췄지만 반만 돌아 보았다.
“저 사람, 남자 친구인가요?”
“아니요.”
할머니는 별 다른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