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병신
다음 날이 되어 의화단을 불렀다.
그들은 많은 것을 묻지 않았다. 되려 슌이 일본인이었겠다. 심지어 선교사라는 점이 그들에게 있어서 충분한 이유였다.
의화단들은 자칭 방범대와 같아, 자신들의 논리를 앞세워 집안을 뒤지며 돈이 될 만한 것들이 있나 여기저기 들쳐 보았다.
의화단이 슌의 작은 책장을 부셨다. 그 안엔 쓸만한 것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은 믿음의 제자를 거지라 욕하며 그의 목자가 당한 수모를 보는 듯했다.
다행스럽게도 이미 돈이 될만한 것들은 따로 숨겨놓아 그들은 은 집기들 몇 가지만 가져갈 수 있었다.
슌이 남긴 것들은 그다지 돈이 되진 않았으나, 빠르게 팔렸다. 서구 문물에 눈을 뜨고 치장하길 좋아하는 자가 모조리 가져갔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성경책이었다. 그가 목숨보다 소중히 아끼던 금박 성경은 10전도 되지 않았다.
성경은 은색 책갈피를 삐죽이 내밀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걸 팔았을 때, 상인은 단 한 번도 성경의 제목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저 무게를 쟀고, 표지를 쓰다듬더니 말했다.
"이건 팔면 안 될 텐데."
하지만 나는 팔았다. 믿음의 가격은 9전이었다. 슌의 신은 그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누런 봉지에 싸여 떠났다.
돌아오는 길은 먹먹했다.
어떻게 해야 먹고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익숙한 찐 내를 따라가니 차 공장이 나왔다.
그곳의 책임자는 배가 마치 두꺼비처럼 나와 있었으며 기분 나쁘게 나를 훑었다. 그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 같지 않았다. 불쾌했지만, 다행인 것은 그렇게라도 먹고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적어도 차 공장은 여자들이 많아 불편하진 않을 거 같았다. 공장에는 많은 어린 여자들이 있었고 모두 나를 언니라고 불렀다.
낮엔 땀을 흘리고, 밤엔 바닥에 붙은 듯 누웠다.
차 공장의 공기는 묘하게 무겁고, 철가루와 땀이 뒤섞인 냄새는 옷에 배었다.
처음엔 하루하루가 고통이었지만, 며칠이 지나자 생각이 사라졌다.
생각 없이 사는 게 마음은 편했다.
샤오치에즈가 생각나는 날이었다.
장은 언제나 그러했다. 익숙한 냄새, 바가지를 씌우려는 손짓들, 웃고 욕하는 소리들. 고기 비린내와 오래된 채소의 단내가 비처럼 코끝에 흘렀다. 천천히 걷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한 자리에서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나가는 아이들이 한 남자를 ‘다리병신’이라 놀리며 손가락질당하는 한 남자가 있었다.
저기, 저 사람.
마치 오래전에 잊힌 꿈처럼 익숙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는 느릿하게 걷고 있었다. 한쪽 다리가 없었다. 대신, 나무로 만든 의족을 달고 있었다.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쿵’ 하고 깊은 울림이 전해졌다.
나는 그 소리에 따라 고개를 들었다.
타오였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눈은 그대로였다. 짐짓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스쳐 지나가려던 그가,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멈췄다.
그의 모습은, 시장의 소음이 전부 사라지게 만들었다. 마치 장이 멈춘 듯 고요했다. 아무도 우리를 보지 않았다.
오직, 우리 둘만 있었다.
나는 입을 열지 못했다. 눈이 따갑고, 목이 조였다.
타오는 의족을 한 번 바닥에 ‘쿵’ 하고 내리치고는 다가왔다. 그 낯선 걸음, 그 낡은 웃음.
익숙하지만, 이질적인 타오.
나는 장바구니를 놓친 줄도 몰랐다.
“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