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이름으로
“오늘도 고생했어 타오! 얼른 네 이쁜 여식과 귀여운 자식 놈을 만나러 가보라고!”
“헤헤....”
집에서는 영락없는 아비지만 밖에서는 아직 코흘리개 어린애 취급이었다.
“혹시 첸의 아버지인 타오 맞습니까?”
“...”
“맞으신가 보네요. 저를 기억하시겠습니까? 전에 실례를 범했던 자. 펑즈하옵니다.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어쩐 일로....”
“사과드리러 왔습니다. 잠시 시간을.”
펑즈하오는 본인의 누구이며, 왜 한밤중에 찾아오게 되었는지 설명했다. 그의 말은 이러했다. 중화민국이 설립되었지만, 아직 온전한 상태가 아니며, 외세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이 중화민국에 야욕을 드러내는 자들이 많은데 그중 본인은 공산당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젊은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탈계급의 미래를 그리며 밤만 되면 지방 곳곳에 튀어나와 사회주의를 설파하고 다닌다고 했다.
“아쉽게도 전에 뒤진 신 것과 같이 저는 그런 거 잘 모릅니다. 보시다시피 다리도 불편할뿐더러 먹고살기 바쁘기에...”
“아! 암요! 암요! 잘~ 압니다! 다만, 이러한 설명과 더불어 조심하시라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하하!”
“네....”
“자! 그럼!”
펑즈하오는 사과는 하지 않았다.
“타오, 저녁 먹어~”
타오는 문 앞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계속 밥을 먹으러 오래도 오질 않았다.
문 앞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그는 잽싸게 낚아챘다.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얼굴을 보니 그때 그 학생이었다.
“저는... 단지, 감사해서....”
“감사한 건 마음으로 감사하면 충분한 거야! 지금 너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곤란해진지 알아?!”
“....”
“자네를 찾던 완장 찬 녀석이 낮에 우리 집을 찾아오고 나의 일터까지 찾아왔어.”
“죄송합니다....”
“자네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길래.... 아니다...”
“....”
“됐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
“제 이름은 류센입니다!”
“....?”
“청나라가 멸망하고 중화민국이 삼민주의아래 태어났지만, 여전히 가진 자들은 자신들을 위해서 가지지 못한 자들을 억압하고 있어요! 이래선 안돼요! 그들이 말한 ‘민(民)’이 진정한 의미로 쓰이려면 모두에게 평등해야 해요! 우리는 그걸 위해 싸우고 있어요!”
“....”
“제 이름은 류센! 난징시 공산당원 청년국장.”
“알겠네. 다음부터 오지 말아주었으면 하네. 나는 내 가족이 위협받지 않는 게 내 우선일세. 자네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듣는 건 아닐세. 수고하시게.”
“그렇다면 이것만 받아주세요!”
류센은 타오에게 종이 한 장을 던지듯이 주었다. 타오는 열어보지 않고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그리고 조용히, 문소리도 나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문을 닫았다.
이튿날 새벽같이 일어난 타오가 어시장으로 가고 있었다. 그날따라 얼마나 바빴는지, 참 시간도 던져버린 채 다들 분주히 움직였다. 덕분에 일은 일찍 끝났지만, 타오의 온몸은 기운이 빠져 덜덜 떨리고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늦은 참을, 소금으로 밥을 뭉친 주먹밥을 허겁지겁 입에 넣기 바빴다.
“타오씨? 안녕하세요?”
타오는 또다시 찾아온 팡즈하오를 보자 목이 막히는 거 같았다. 겨우 목구멍 가득 찬 밥을 삼키고 말했다.
“또 무슨 일!”
“하하. 진정하시고~ 그냥 어제 온 이유가 미안하다고 온 건데, 미안하다고 하질 못해서 그 한마디 하러 이리 또 왔지 않습니까~”
“일 없다!”
화가 난 타오는 일어나 절뚝거리며 펑즈하오와 멀리 떨어져 갔다. 그때 그의 주머니에서 젖은 종이가 툭하고 떨어졌다. 펑즈하오는 그 종이를 들고 폈다.
“타오! 이 민족의 반역자! 거기 멈춰라! 명령이다!”
타오 뒤로 쇠가 철컥하는 소리가 들렸다.
타오가 뒤돌아보자 펑즈하오가 소리쳤다.
“네 놈이 감히, 인민을 갉아먹는 사회주의 놈들과 결탁해?! 네 놈은 서구열강 놈들에게 붙어 이 나라를 좀 먹는 놈들과, 일제에게 붙어 기생충처럼 사는 놈들과 다를 바 없는 놈이다! 너는 여기서 즉결 처분이다!”
탕, 탕 하는 두 번의 찢어질듯한 소리에 타오는 아무런 외침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고꾸라졌다.
타오가 류센에게 받은 종이가 휘날리며 바다에 빠졌다.
펑즈하오는 지체 없이 타오의 집으로 찾아왔다. 그리고는 내가 있는 잠자리까지 뒤집으며 소리쳤다.
“이 빌어먹을 쥐새끼들 도대체 어디에 숨겼어!”
“아니 왜 이러세요? 자꾸 이러시면 신고하겠어요!”
“뭐? 신고?!”
펑즈하오가 배를 걷어차며 말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아아악! 아저씨 왜 우리 엄마 때려!!”
첸이 분노에 찬 울음으로 펑즈하오에게 달려갔다. 그는 가차 없이 첸을 주먹으로 날려버렸다.
“첸!”
어린아이에게도 가차 없이 날려진 주먹은 아일 기절시켰다. 자비 없는 자는 종이를 눈앞에 던지며 말했다.
“너희 둘이라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음에 감사히 여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