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생각하곤 한다. 나는 어떤 영향으로 이런 삶을 살게 되었을까. 내 운명이었을까? 누군가의 흔적들이 만들어낸 길을 따라왔을까? 나의 오늘에 모든 것들이 다 어떻게 내게 온 걸까? 어느 별에서 정해놓은 건지, 누가 내게 가져다준 건지 정말 그 모든 것들의 시작이 다 궁금할 때가 있다.
내가 미운 날, 때론 좋은 날, 혹은 나 자신이 너무 애틋한 날. 그런 날들이면 나는 내 존재의 이유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했다. 하나 확실한 건 아마 난 답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답을 찾기 위해 걸어가는 길이 나의 삶이 되어주겠지. 다만 이런 날이면 내가 조금 더 선명해진다는 것이다. 그 선명함이 눈이 부시거나, 혹은 너무 어두워서 괜히 계속 돌아보게 되고,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아닐까.
하지만 확실한 건 누군가로, 무엇으로 인해 내 하루는 특별해졌을 것이다. 눈 내리는 거리, 소란한 아이들의 하교 , 흘러나오는 노래 등등 아니면 사소한 누군가의 걸음걸이 하나로부터 내 하루는 특별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도 나 때문에 하루가 특별해졌을까? 기억에 남을 잔상이 나로 인해 생겼을까? 지루한 하루에 반짝거리는 순간이 있었을까? 아니면 함께 웃던 순간에 나와 같은 마음을 느꼈을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그리고 나의 존재를 다시 한번 더 긍정한다.
이렇게 답을 내릴 수 없는 것들 투성이지만, 나의 하루는 그럼에도 흘러간다. 또다시 내가 선명해진 밤이면 어떤 생각이 나를 덮쳐올지는 모르겠다. 어떤 나의 모습이 조금 더 선명해질지, 무엇 때문인지. 하나도. 무지의 아이가 된 듯 나는 또다시 나를 배워갈 것이다. 그리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라는 말의 의미. 그럼 내가 망하더라도 혼자 망한 게 아니라 함께 망한 건가 라는 청개구리 심보. 웃긴 사념들이 머리를 채워갈 때쯤 내 세상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