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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공사 Dec 27. 2021

새벽에 쓰는 글은 제법 수줍다.

소위 새벽에는 새벽만의 감성이 있다고 한다. 사실 아침, , 세세하게는 노을이 지는 시간, 가장 어두운 밤의 감성이 하나하나 있는 것도 같다. 다만 나에게 새벽은 가장 수줍어지는 시간이다. 수줍다는  뭘까? 수줍다의 사전적 의미는 ‘숫기가 없어 다른 사람에게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이 어렵거부끄럽다.’ 정도이다.


나에게 새벽은 뱉어지지 않는 감정이 쌓여 부끄러워지는 시간이었다. 다만 그 시간엔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었고, 난 그때마다 팬을 들곤 했다. 속에 있는 응어리와, 자랑, 수치 등을 가감 없이 들어냈고 그 글은 항상 수줍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엔 너무 날것의 내 모습이었다. 아니 내일의 나에게 보여주기에도 수줍어 온 몸이 꼬이곤 했다.


그러다 문득  마음을 누구에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비치고 싶어   감고 전했던 적이 있고, 후회도  많이 했다. 서운함을 말하기도,  사랑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말하기도 했다. 그리곤 답이 오자마자, 아니 네가 내 글을 읽자마자 다시  얼굴이 붉어지곤 했다.


종종 내가 끄적여 놓은 그 날의 메모를 들여다볼 때면 그 시절의 내가 생생해지고, 다시 한번 수줍어진다. 괜히 스스로가 부자연스러워고 삐그덕 거리게 될 때, 한번 생각해본다. 누가 나에게 이런 수줍음을 건네었다면 난 어떤 마음일까?


분명 난 그 수줍음이 사랑스러웠으리라, 붉어진 볼이 고마웠으리라. 나의 수줍음을 건네받은 너도 분명 그랬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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