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새벽에는 새벽만의 감성이 있다고 한다. 사실 아침, 낮, 세세하게는 노을이 지는 시간, 가장 어두운 밤의 감성이 하나하나 있는 것도 같다. 다만 나에게 새벽은 가장 수줍어지는 시간이다. 수줍다는 건 뭘까? 수줍다의 사전적 의미는 ‘숫기가 없어 다른 사람에게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이 어렵거나 부끄럽다.’ 정도이다.
나에게 새벽은 뱉어지지 않는 감정이 쌓여 부끄러워지는 시간이었다. 다만 그 시간엔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었고, 난 그때마다 팬을 들곤 했다. 속에 있는 응어리와, 자랑, 수치 등을 가감 없이 들어냈고 그 글은 항상 수줍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엔 너무 날것의 내 모습이었다. 아니 내일의 나에게 보여주기에도 수줍어 온 몸이 꼬이곤 했다.
그러다 문득 그 마음을 누구에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비치고 싶어 눈 딱 감고 전했던 적이 있고, 후회도 참 많이 했다. 서운함을 말하기도, 내 사랑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말하기도 했다. 그리곤 답이 오자마자, 아니 네가 내 글을 읽자마자 다시 온 얼굴이 붉어지곤 했다.
종종 내가 끄적여 놓은 그 날의 메모를 들여다볼 때면 그 시절의 내가 생생해지고, 다시 한번 수줍어진다. 괜히 스스로가 부자연스러워고 삐그덕 거리게 될 때, 한번 생각해본다. 누가 나에게 이런 수줍음을 건네었다면 난 어떤 마음일까?
분명 난 그 수줍음이 사랑스러웠으리라, 붉어진 볼이 고마웠으리라. 나의 수줍음을 건네받은 너도 분명 그랬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