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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일기 Oct 01. 2022

외국 같은 소백산 정산

소백산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

우리 신랑과 나는 결심한 것이 있다

두 아이가 커서 인제 대학생도 되었고,  우리 생활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다.

그래서 더 나이 먹기 전에 한 달에 한 번씩 여행을 가기로 했다

매일매일이 삶이 너무 격렬하여 지칠 때도 있고, 어쩔 때는 너무 뻔한 루틴의 삶에 늘어질 때도 있다,

그래서 힘들 때는 쉬어가기도 하고,  너무 한가할 때는 역동의 포인트를 주기 위함이다

22.9월에는 단양으로 떠났다

숙소를 단양 소노 문으로 정하고, 주변 볼거리와 먹거리를 찾아보았다.

그러던 중 소백산이 인근에 있음을 알고 2박 3일 일정 중 둘째 날 가보기로 했다

이른 아침 콘도에서 밥을 먹고,  주차장도 작고, 왕복 시간이 6시간 남짓 걸린다는 말을 듣고 비교적 일찍 출발하였다

도착하여 보니 8시가 다 되었으나, 이미 주차장엔 차가 만석이었다.

이미 들은 대로 10대 정도만 주차할 수 있어서, 이미 도로 한쪽으로 주차된 차가 많았다

우리도 한편에 차를 두고,  당초 출발지인 어의곡에서 출발하였다.

등산모임인 관광버스도 도착하여,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출발을 하였다

착착착 박자에 맞춰 발을 저마다 옮기며 산을 오르고 있다

그런데, 평소 운동이라면 출퇴근 때 간간히 걷는 신랑이 초반부터 두 박자로 늦게 갔다

한발 걷도 한번 쉬고 한발 걷고 한발 쉬고~

이런 신랑의 모습을 뒤에서 보자니, 평소 운동을 안 하니 저렇게 지치지 싶어 화도 나고 속상했다

그래서 부지런히 앞서서 걸으면 따라 오려나 하고, 부지런히 앞에서 걸어도 여전히 천천히 걸어왔다

뒤에서 보채도, 앞에서 부지런히 걸어도 아랑곳 안 하고 천천히 오는 신랑이 늦게 오는 데에 불만도 있었다

어느 정도 가다 쉬면서, 신랑한테 좀 빨리 걷자고 말을 하니,  신랑 왈 '꽃도 보고, 나무도 보면서 천천히 걷고 싶다 한다'

나는 힘이 떨어지기 전에 얼른 걷고 싶었으나, 일단 신랑 말을 따르기로 했다

한참을 가서, 3분의 2 정도 왔을 거라 생각을 했는데, 팻말을 보니, 겨우 반 정도 왔다

그래도 한번 가보자는 마음을 먹고, 계속 걸었다

그렇게 앞을 한참 가다 보니, 계단도 나오고, 흙길도, 돌길도 나왔다.

그런데 앞서서 가던 신랑이 땀을 닦으면서, '시야가 좁고 어두워 보이고, 어지럽다' 고 했다

갑자기, 고혈압인 신랑이 걱정이 되어, 그만 돌아가자고 했다.

그랫더니, 본인은 괜찮으니 빨리 가자고만하지 말라고 한다.

순간 걱정도 되고, 저렇게 힘든데 아무 말 없이 같이 가주는 신랑이 고마웠다

그래서 조용히 신랑 뒤를 따라가기로 했다

그리고 가다 보니, 너무 깜짝 놀랐다

정산 가기 전에 보이는 산 정산으로 가는 길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바람이 너무 세게 불고, 기온이 낮아 이제껏 우리 과 같이 옆에서 지켜주던, 나무는 전혀 없고, 오직 낮은 풀만 가득한 너른 들판이 너무나 멋있었다

마치 외국이나, 아님 제주도에 여행 온 느낌이 들었다

평소 북한산이나 주변 산들을 다녀서 소백산 정상도 비슷할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나 이색적이었다

정말 이곳까지 안 왔다면, 후회할 것 같다

또한 거기서부터 20분 정도 가면 산 정상이었는데 그곳에서 보는 하늘과 풍경이 너무나 멋있었다

9월이지만, 낮에는 너무 더워 좀 전까지도, 반팔을 입었는데, 정산에 오니, 너무 추워서 재킷을 걸쳐야만 했다

산아래와 산 위가 기온이 너무나 다르며, 산아래에서 전혀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산 위 풍경은 아름다웠다

소백산 한 번도 안온 사람은 있어도, 한번 오고 안 오는 사람은 없을 정도로, 다음에 꼭 한번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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