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서의 발주 실수는 작은 일이 아니다.
그건 납기, 신뢰, 금액, 시스템 모두를 흔들 수 있는, 때론 크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일이었다.
나는 첫 직장에서, 그런 사고를 처음 겪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상사의 지시에 따라 발주를 넣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고, 협력업체로부터 전화 온 직후
영업과장은 사무실 안에서 내게 큰 소리를쳤다.
“왜 일을 이렇게 했어! 문제 생겼잖아! 빨리 다시 해!”
그는 자기 실수였음에도 태연히 나를 책망했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책임을 전가했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었다.
매번 실수가 발생하면 내가 덮었고, 부당한 말도 삼켰다.
하지만 이번엔 참지 않았다.
나는 소리를 높여 지시 상황, 업무처리 과정, 보고 내용을 정확히 설명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사과도, 책임도 아닌
“빨리 처리해.”
단 한마디뿐이었다.
몸은 정직했다.
그날 밤, 열이 나고 몸살이 밀려왔다.
결국 다음 날 감기 몸살로 쉬게 되었고, 휴가를 냈다.
그리고 다시 회사에 나갔을 때, 영업과장의 첫 마디는 이랬다.
“어제 출근 안 해서 나 때문인 것처럼 보이잖아!”
‘괜찮냐’는 말이 아니라, 자기 이미지가 걱정인 사람.
그 말에 나는 지속적으로 해오던 고민의 결론을 내렸다.
“아, 나가야겠다.”
입사 시 약속했던 업무 내용과 달리, 나는 다른 업무와 병행하게 되었다.
일부 직원의 부당한 업무 지시, 감정노동, 직장 내 괴롭힘이 반복됐다.
직속 부장님은 나를 잡으려 노력하셨고, 새로운 방향도 제안했지만
나는 이미 신뢰를 잃었고,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였다.
1개월간 성실하게 인수인계를 마쳤고, 첫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영업과장은 이렇게 말했다.
“너 때문에 인원 충원하느라 내가 고생하잖아. 너가 사람 뽑고 가.”
나는...
끝까지 그가 나를 사람으로 보지 않았구나 싶었다.
그 말을 듣기전 고생할 다른 직원을 위해 인원 충원까지 내가 해야할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럴 의미가 사라져 버린것이다. 왜 난 이리 바보 같을까? 유약할까를 생각하며….
그 유약함이 내겐 성숙의 씨앗이었고,
결국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던것 같다.
그건 단순한 실수에 대한 꾸중이 아니었다.
그건 사람 대 사람의 존중이 무너진 장면이었다.
"네가 잘못했어."
그 말 한마디로, 나라는 사람 전체가 무능한 존재로 치환된 순간이었다.
영업직의 웃는 얼굴 뒤의 표정은, 내게 불신의 상징이 되었고
그 후 나는 영업직군과 어울리는 것이 두렵고 거북해졌다.
이런 경험은 단순한 업무 갈등이 아니에요.
당신은 그저 지시에 따라 일을 처리했을 뿐인데, 그 책임을 오롯이 떠안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사람으로서의 존중마저 잃은 기분을 느꼈을 거예요.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상대가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당신을 탓하는 말과 행동은
마치 내가 무능한 사람인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심리적 폭력이에요.
그 순간, 당신의 마음은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듯한 혼란을 겪었을 수 있어요.
이처럼 반복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타인에게 돌리는 사람을 곁에 두면,
우리는 자주 "혹시 내가 진짜 문제였던 걸까?"라는 의심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환경이 계속되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조차 잃게 되죠.
하지만 기억하세요.
그 상황에서도 당신은 무너지지 않았고,
사실을 설명했고, 감정을 표현했고, 떠날 결정을 스스로 내렸어요.
이건 결코 유약한 행동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한 단단한 선택이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회복의 시작입니다.
혹시 당신도,
누군가의 실수를 대신 뒤집어썼던 경험이 있나요?
목소리를 냈지만, ‘처리나 해’라는 말만 돌아왔던 적이 있나요?
이럴 때 필요한 건 아래 두 가지입니다:
1. “사실”과 “느낌”을 분리해 기록하세요. → ‘상사가 지시했고, 나는 따랐다.’ (사실) → ‘나는 억울하고 무시당한 느낌이 들었다.’ (감정) 이 분리는 자기 책임 과잉을 막고, 감정을 객관화하는 데 도움이 돼요.
2. 내가 아닌 상대의 문제로 명확히 구분해보세요. → ‘그 사람의 불안이 나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 ‘나의 무능이 아니라, 그의 무책임이었다’
누구에게나 첫 직장은 각인처럼 남아요.
그 기억은 앞으로의 삶에 ‘기준’이 되기도 하고, 때론 ‘두려움’이 되기도 하죠.
당신의 첫 직장은 어떤 기억으로 남았나요?
그리고 그때의 당신에게, 지금 어떤 말을 건네주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