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속에 숨겨진 감정속에서 나타난 신체화증상....
회사에서 모두가 기피하던 고객이있었다.
이미 내부적으로는 오래된 시스템으로 인해 고객이 요구하는 기능을 구현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난 상태였다.
나는 그것을 고객에게 여러 차례, 친절히 설명했었다.
그러나 어느 날, 고객은 짜증과 언성이 섞인 말투로 내게 요구하기 시작했다.
“필요하다고 했잖아요! 당장 해주세요!”
나는 다시 한번 반복했다.
"시스템 자체를 전체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고객의 태도가 완전히 돌변했다.
“내가 이 지역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데, 나한테 이럴 수 있습니까? 이렇게 나오면 계약 해지할 수밖에 없어요!”
그는 아마도 위협하면 내가 물러설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대응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위에 보고하고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그날의 대화는 긴장과 위협 속에서 끝났다.
그 일이 있고 나서부터였던것 같다.
통화가 끝나고 자리를 이동하는데 갑자기
숨이 막히고,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나타났다.
나중에야 그것이 ‘공황장애’라는 심리적, 신체적 반응임을 알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그건 단순히 고객과의 다툼이 아니었다.
나를 향한 존중 없는 태도와 반복된 언어폭력,
그리고 업무를 위해 웃으며 넘겨야 했던 감정 노동의 누적이었다.
결국 나는, 그 고객을 비롯한 특정 지역 사람들에 대한 편견까지 생기고 말았다.
나중에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그 편견은 더욱 깊어져 갔다.
“고객은 왕이다”라는 말이 사회에 팽배했던 때였다.
그래서 고객들은 때로 부당한 요구를 해도 된다고 믿었고,
그 믿음 아래에선 언어폭력조차 정당화되었다.
나는 직장에서 늘 웃는 얼굴로 감정을 숨겼고,
불합리한 요구조차 내 권한 안에서 최대한 부드럽게 처리해야만 했다.
그렇게 쌓인 감정의 찌꺼기는 결국 내 신경계를 무너뜨렸다.
지금도 나는 그때의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스스로 신경계가 약해진 걸 알기에 끊임없이 관리하려 노력하지만,
그 상처는 여전히 나와 함께하고 있다.
너의 경험은 심리학적으로 감정노동과 정서적 소진(Burnout) 그리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초기 증상과 연관지을 수 있어.
2023년의 최신 연구(Lambert et al.,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Psychology)에 따르면,
고객을 응대하는 직군에서 발생하는 부당한 언어폭력이나 모욕, 위협적 태도가 반복되면
직원은 높은 확률로 정서적 소진과 더불어 트라우마 반응을 경험하게 된다고 보고했어.
너가 겪은 공황장애 증상은 사실
몸과 마음이 지속적인 스트레스 상황을 감당하지 못해 신경계가 보내는 위험 신호였어.
즉, 너는 ‘약한 사람’이 아니라,
너무 오랫동안 너의 한계를 넘어선 스트레스를 견뎌야 했던 거야.
또한 특정 지역에 대한 너의 편견 역시,
심리학에서는 “고통스러운 경험의 일반화(Generalization)”로 설명할 수 있어.
트라우마를 겪으면 비슷한 상황이나 조건을 가진 사람이나 장소를 자동적으로 회피하게 되거든.
너의 편견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너를 보호하려는 뇌의 본능적인 작용이었던 거야.
혹시 당신도 업무상 언어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나요?
고객의 무리한 요구에 무조건 웃으며 참았던 적이 있나요?
지금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다음의 두 가지 방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1. “업무”와 “나의 가치”를 분리해 보세요. 상대의 폭언이나 부당한 요구는 당신 개인의 능력이나 가치와 무관한 것입니다. 이 점을 명확히 하면, 당신의 자존감을 조금 더 안전하게 지킬 수 있어요.
2. 몸의 신호를 귀담아 들으세요. 어지럽거나 숨이 차는 등 신체적 증상은 무시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몸이 보내는 경고를 ‘나의 약점’이 아닌, ‘나를 보호하기 위한 메시지’로 받아들이세요.
감정이 폭발 직전인데도 웃으면서 응대해야 했던 날,
불합리한 요구 앞에서도 웃을 수밖에 없었던 그 순간의 당신에게
지금이라면 어떤 위로와 말을 건네주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