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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술 Dec 03. 2023

바르셀로나에서 다시 확인한 청춘

벙커

#벙커


한정된 시간내에서 보고 싶은 곳을 보려면 저녁을 여유 있게 먹는 대신 벙커에 오르는 대장정의 여정을 오늘 해야만 했다. 바르셀로네따 해변에서 다시 벙커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벙커는 높이 262미터 정도의 바르셀로나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스페인 내전 당시 프랑코군의 전투기 공격으로부터 바르셀로나를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내전 후에 방치되다가 조금씩 현지인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관광객들에게도 많이 유명해진 곳이다. 지대가 높다 보니, 전망이 좋고, 해가 지기 전부터 일몰을 감상하기 좋은 명당 자리를 중심으로 자리가 차기 시작한다. 구엘공원 인근에 있어 같이 방문하면 좋은 장소이다. 


벙커는 바르셀로나에서 기억이 많이 남았던 장소였다. 올라갔을 때 뻥 뚫린 시야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시내 전경과 야경도 멋졌지만 올라가면서 만났던 젊은이들과의 대화, 그 푸릇푸릇한 분위기 가 내 안에서 죽어 있던 젊음을 다시 살아나게 했다. 거의 20~30대 젊은이들이었고 아마 내가 나이든 축으로는 상위 10% 안에는 들것 같았다. 아무렴 어때, 그 누군가의 시선도 거리낌 없이 벙커 위 사선으로 져 가는 일몰을 바라보며 사색에 젖어 들었다.

그리고 스페인에 대한 단상과 앞으로의 계획들에 대한 생각들을 정신없이 스마트폰에 써 내려갔다. 보물 같은 여행의 흔적들. 그것을 위해 무릎관절을 혹사하며 뜨거운 바르셀로나의 태양을 마주하고 땀을 흘리며 찾아갔는지도 모른다.


참, 어두컴컴해진 길을 내려왔을 때, 길이 맞는지 확신도 안 서고 해서 마침 혼자 내려가는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알고 보니 스웨덴 출신의 젊은 여성으로 남자 친구가 멕시코 사람이었다. 스페인이 너무 좋다고 하자, “너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바르셀로나는 글로벌 컴퍼니가 많아서 일자리가 많아." 여기서 나는 스웨덴보다 급여는 적게 벌지만, 삶의 질은 훨씬 좋은 것 같다고 한다. 이 말에 또 나의 심장 깊숙한 곳에 숨겨져 왔던 애정과 열정이 꿈틀거린다. 나 아직 무엇인가를 할 수 있을까?


20년 말 퇴사 이후, 거의 은퇴자의 마음으로 살고 있던 나에게, 벌써 사회에서 멀어지기에 너는 아직 충분히 젊고 능력 있어! 라고 말하는 듯했다. 나도 모를 근거 없는 자신감과 희망이 스물 스물 피어 올랐다. 밤이 되자 선선해지고 프레쉬한 밤공기와 함께...^^

벙커에서 바라본 바르셀로나 도시 전경
벙커에서 바라본 바르셀로나 도시 전경

# Guel 공원


드디어, 구엘공원을 인터넷에서 미리 예약을 하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찾기로 했다.

구엘공원은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구엘 백작이 아테네의 델포이를 재현시킬 전원 주택단지를 조성할 계획으로 시작하게 되었지만, 이 단지를 조성하는 데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계속해서 투자되면서 전원주택단지 대신 공원으로 남게 되었고, 세계적인 관광명소이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이 안에는 가우디의 천재적인 창조성이 돋보이는 여러 건축 양식들- 까딸루냐 지역의 전통적인 건축미를 기반으로 자연을 닮은 곡선들, 울퉁불퉁한 돌을 이요한 벽과 기둥,  도마뱀을 형상화한 화려하고도 신비로운 조형물 그리고 예쁜 이름모를 꽃들과 나무들로 둘러싸인 공원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르른 하늘 아래 펼쳐진 풍경은 그 자체로 너무 완벽했다.


다만 전날 벙커 등반에 혹사된 무릎의 영향인지 정말 몸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무릎 관절이 너무 아파 한 발짝 떼는 것이 고통스러울 지경이었다. 생명의 잉태를 상징한다는 도마뱀이 뿜는 물을 만지며 사진을 찍고 마그네틱과 가우디의 대표적인 색체감으로 디자인된 컵 등 몇 가지 기념품을 샀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이 너무나 많아 약간은 에너지를 뺏기는 기분이었다. 경사지고 그늘이 진 언덕을 올라왔을 때 바이올린을 켜는 청년의 연주가 너무 매력적이다. 여기저기 현란하고 독특한 건축물을 보느라 집중했던 시각이 청각으로 옮겨가면서 긴장했던 신경을 내려놓으며 더위도 잠시 식힌다.


각 스팟별 번호로 표기된 구역마다 앱을 연결하면 관련 정보를 청취할 수 있고, 테마별 정원과 나무들이 건축물과 잘 어우러져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앗, 벌써 이 곳에 머문지도 3시간이 다 되어 간다. 곧 지로나 행 Renfe 를 타야하므로 점심도 못 먹고 바로 기차역으로 출발!


구엘공원 전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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