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술 Dec 05. 2023

토사델마르(Tossa del Mar)-비밀의길을 따라서

더 높이 올라갈수록, 더 힘든 여정이 주는 선물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전날 밤 호텔 옆 로컬바에서 새벽2시까지의 소음으로 잠을 못 이뤘던 기억도 잠시, 아침 8시반까지 푹 자고 났더니 이미 개운해져 있었다. 신기하게도 스페인에서는 잠을 많이 못 잤어도 아침에 일어나면 신기하게도 컨디션이 좋다. 조식을 든든하게 먹고 오늘의 탐험을 하러 간다. 


어제 와이너리 아저씨가 체크해 주었던 지도를 펼쳐들고 가 볼만한 곳들 중 가장 가까운 지점을 찾아보았다. 걸어서 얼마 못 가니 어제 스치면서 보았던 아름다운 해변이 펼쳐져 있다. 내가 갈 곳은 Cami de Ronda 를 거쳐 올라가는 Mirador Tossa del mar. 구글 지도에서 정확하게 표시가 안 되는 부분은 근처 바의 직원들에게 물어보고 드디어 미로같이 올라가는 길을 찾아냈다. 


이따금씩 위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을 띄엄띄엄 만나기는 했지만 그 곳으로 올라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올라가다가 만난 현지 주택 전망이 예술이다. 저 너머로는 다른 편의 해변이 보이고 전면으로는 mirador 쪽의 해변을 끼고 있었다. 마당에서 청소를 하는 집 주인 아저씨와 눈이 마주쳐 인사를 하다가 정말 좋은 곳에 예쁜 집을 가지고 계시다고 칭찬했더니 아저씨 자부심이 넘쳐 흐른다.

Cami de Ronda
Cami de Ronda 를 거쳐 mirador 로 올라가는 길
Mirador 올라가다 마주친 현지인 주택 정원

올라가는 길마다 아래 해변을 바라보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지금껏 그렇게 시리도록 선명하고도 청명하게 푸르른 바다색은 본 적이 없다. 어제 성벽 쪽에서 바라보았던 바다의 풍경과는 또 다른 매력과 신선함이 있다. 저 멀리 배가 지나가면서 내는 흰 거품 자국과 대비되어 더 푸르르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 


상상도 못한 절경이 펼쳐져 있었다! 

해변에서 바로 가까이 바다를 바라볼 때와는 색깔이 더 진하게 푸르렀고, 바다와 하늘색이 맞닿아 있는 것처럼 느껴져 숨이 멎는 듯 했다.

순간 아름다운 풍경을 보려면, 그에 상응하는 고통,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더 높은 곳으로, 더 힘들게 올라갈수록 그곳에 기대하지 못한 선물이 숨어있다. 아마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겠지?


이 절경을 내 가슴에 담아 놓는다. 카메라 피사체에도 담았지만,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을 고스란히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힘들게 높게 올라왔지만 올라오는 구비 구비마다 내 눈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던 Cami de Ronda 길을 기억할 것이고, 해변가에서 가까이 보았을 때와 달리, 지금 이 높은 곳에서 보는 바다는 얼마나 더 깊고, 얼마나 더 다양한 색채의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고 얼마나 더 광활한지를 기억할 것이다.

Mirador에서 바라본 Tossa del mar

어느 새 점심 시간이 다 되어 간다. 와이너리 아저씨가 체크해 준 것을 다 돌아보려면 며칠은 잡고 왔어야 했구나 싶다.


Tossa del mar의 마지막 만찬은 아르헨티나식 쇠고기 구이와 아이스크림, 와인 한잔의 menu del dia 를 먹고 다시 버스역으로 향한다.


Tossa del mar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꼬불꼬불한 길이 너무나 걱정됐다. 올 때는 몰랐지만 돌아갈 때 속력을 내고 달리면 멀미를 했다는 후기를 봐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차멀미를 잘하는 나이기에, 배정된 운전사에게 천천히 운전해 달라고 미리 부탁하기까지 했다. 그분은 웃으면서 천천히 운전할 거라며, 차라리 네가 운전하라는 농담까지 던졌다. 그런데 아쉽게도 운전사가 바뀌고 그분은 다소 인상이 근엄해 보였다. 내 자리는 44번 거의 맨 뒷 자석이라 엄청 걱정이 되서 천천히 가달라고 부탁했더니, 그건 개인적인 일이고 비행 일정으로 서두르는 사람들도 있기때문에 너 때문에 일정을 조정할 수 없다며 매몰차게 네 자리에 가라며 거절하는 것이 아닌가. 이때 나의 공포심은 절정에 달하고, 별별 생각과 불안감이 나를 엄습해왔다. 


근엄한 인상과 말과 달리, 의외로 운전 기사는 천천히 운행해 주었다. 중간 중간 점핑 하듯에 튀어 오르는 구간에는 순간 공포가 밀려왔지만 다행히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한시간40분은 그렇게 금방 지나갔다. 휴... 별거 아니었구나. 그렇게 Barcelona Nord에 도착!

이전 05화 토사델마르(Tossa del Mar)-까딸루냐 서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