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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술 Dec 06. 2023

다시 바르셀로나로- Joan Miro 미술관

feat with 비둘기 똥

다시 돌아온 바르셀로나 시내 까딸루냐 광장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바르셀로나의 많은 미술관들 중 까딸루냐 현대 미술관은 관람하라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아 근처에 있는 후안 미로 미술관을 가기로 했다. 후안미로와 까딸루냐 미술관이 10분 정도 거리에 있어서 시간이 남아 여차하면 걸어갈 생각이었다. 


Joan Miro(후안 미로)는 까딸루냐가 낳은 천재적인 예술가로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광장 바닥에 있는 형상 또한 후안 미로가 디자인한 그림이다.후안 미로가 젊은 예술가들을 육성하기 위해 본인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지었다는 한다. 들어가는 입장 매표소, 현금으로 지급하는 동안 안내를 하는 직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통화를 멈추지 않는다. 분위기로 보아 무언가 사적인 통화인 듯하다. 남은 동전으로 티켓을 사고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규모가 방대하고 각 섹션별로 3층까지 이어져 있다. 후안미로의 그림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여자, 새, 빨강, 파랑, 노랑과 같은 원색을 많이 사용, 해, 달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그림이 많았다. 무언가 생동감이 살아있고 어린이의 시선에서 동심을 표현한 듯하기도 하고, 낙서하기도 한 것 같은 본능적인 느낌이 일어나기도 한다. 또 종이가 아닌 넝마와 같은 소재에 그림을 그려 넣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역시 그 어떤 한계를 규정짓지 않고 재미와 순수를 추구하는 스페인 특유의 독특한 창의성이 느껴진다.


마지막 나오는 출구에는 크레파스를 이용해 자신만의 엽서를 만들 수 있는 테이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어린아이들 성인 할 것 없이 기본적으로 마련되어 있는 엽서 공간에 그림을 그리거나, 색종이로 오리고 붙여 자신만의 창작물을 만들 수 있다. 나도 동심으로 돌아가 내가 미래에 꿈꾸는 그림을 그렸다. 그 엽서에 가족에 보내는 짤막한 글과 함께..

기념품 가게를 나오면서 , 내가 좋아하는 파란 색의 새 그림을 하나 샀다.

두세시간 여를 머물러 있다가 미술관을 나와 공원을 지나 까딸루냐 미술관으로 향하려고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무언가 비릿한 냄새가 나면서 내 몸과 옷에 무엇인가가 쏟아졌다! 그와 거의 동시에 공원에서 나오는 스페인 커플과 만났는데, 아 너의 옷에 비둘기가 똥을 쌌다며 가지고 있던 티슈를 꺼내어 마시던 물통의 물을 부어 고맙게도 나에게 건낸다. 


그러고 보니 제법 진한 청록색의 액체가 내 옷과 몸에 후안미로의 추상화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을 그려 놓고 갔다. 일단 임시방편으로 티슈로 닦았지만 좀처럼 지워지지 않고 이 비릿한 냄새가 역하게 올라온다. 다시 후안 미로 미술관으로 돌아가 내 사정을 설명하고 화장실을 이용하겠다고 하자, security 직원이 얼른 들어가라며 통로를 열어준다. 화장실로 돌아가 급한대로 큰 오물은 지워냈지만 이 차림새로 여행을 이어갈 수는 없었다. 결국 까딸루냐 미술관과 공원은 가보지도 못하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호텔로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다시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가 프론트 데스크에서 마주한 직원에게 ‘나 비둘기 똥을 맞았어!’ 라고 하자, 게다가 이번이 바로셀로나에서만 두번째라고 하자 ( 실은 고딕지구에서도 크게는 아니었지만 팔뚝에 맞은 적이 있다.) , 비둘기 똥은 행운을 의미한다고 한다. 게다가 두 번이니 그럼 엄청 좋은 행운이 올 모양이라고 응수하자, 유치하게도 기분이 좋아졌다.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거리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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