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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술 Dec 07. 2023

Malaga-Spiritual Joy가 가득한 도시

Matter of Determination

내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아한 도시. 사실 말라가는 이번이 세번째 여행이다. 첫번째는 2007년도 스페인 여행때, 두번째는 2017년도 남편과 여행왔을 때 마드리드로 돌아가기 전 거점도시로 1박 머물러 간 도시이다. 15년전의 여행은 세월이 까마득히 지나서 별다른 인상이 많이 남아있지 않고, 17년도에 갔을 때는 어느 한 쌍의 커플의 결혼 피로연을 하던 곳에 마침 식사를 하게 되어 온통 파티 현장처럼 마리아치 음악과 함께 한껏 들뜨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Andalucia 의 도시중에서도 가장 활기가 있으며, 따뜻하고 사람들의 정이 느껴지면서도 모던함과 세련됨을 두루 갖춘 도시의 느낌이었다. 말라가에서의 총 2박중 1박은 오랜만에 학창 시절의 젊음을 느껴보고 싶어서 6인용 dormitory 방의 호스텔을 잡았다. 예전 20~30대에 갔던 호스텔은 정말 침대도 비좁고 침구류도 볼품 없었는데, 최근의 호스텔은 개인화된 침대에 사다리가 아닌 목조침대로 흔들림이 거의 없었고, 개인용 콘센트, 스프링이 빵빵한 매트리스에 , 침대마다 딸린 개인 조명과 사물함 등 놀랍게 업그레이드 되고 현대화 되어 있었다. 내 방은 캐나다, 아르헨티나, 미국 등 미주지역에서 온 친구들이었고 놀랍게도 내 또래의 여성, 그리고 거의 50대로 되어 보이는 나 홀로 여성 여행객도 있어서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었다.


이상하게 스페인에서는 제한된 시간 내에 많은 곳을 보아야 한다는 욕심 때문이었는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게 되었는데, 아침마다 내 또래로 되어 보이는 일본에서 온 나 홀로 여성 여행자인 Romi 를 만나게 되었다. Romi 는 벌써 몇 달 째 유럽여행 중이며, 스페인에서는 한 달 넘게 있었다고 한다. 식비를 아끼기 위해, 직접 마트에서 공수한 현지 식재료에 올리브 오일, 올리브, 햄, 야채,과일등을 사서 아이스 박스에 넣어 다니며 직접 요리하고 식사를 한다. Romi 가 직접 요리한 올리브 양송이 버섯을 먹어보았는데 맛이 일품이었다. 전자렌지에 양송이 버섯을 얇게 슬라이스하고 소금을 뿌리고 생수를 약간 뿌린 후 전자렌지에 잠깐 돌린 후에 올리브 유를 휘리릭 뿌려 먹는데,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애피타이저 요리 같았다. (그래서 그 요리를 한국 귀국 후에 따라서 먹어보았는데, 똑같은 맛은 아니지만 맛이 제법 괜찮다 ^^) 


지금은 스페인을 여행하지만 더위를 식히러 곧 스웨덴으로 갈 예정이고 일본에 돌아갔다가 가을 겨울에 다시 스페인에 살러 올 예정이라고 한다. Romi 는 프리랜서로 번역을 하거나 글을 쓰며 여행 비용을 충당한다고 한다.  너무나 자유분방하게 여행을 하며 삶을 누리고 있는 그녀가 부럽다고 하자, 모두가 이런 삶을 꿈꾸지만, 실상 이것은 'matter of determination',' 의사 결정의 문제' 라고 했다. 정말 동감한다. 꼭 돈이 많아서 여행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많은 경우 의지와, 실천의 문제라는 것. 정말 그것이 원하는 삶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방법은 나오게 되어 있을 것이다.


이것을 내 남은 삶의 숙제의 테마로 삼기로 했다. 그날부터 우리는 다른 곳으로 여행을 할 때마다 SNS 로 연락을 주고 받는데, 내가 스페인을 출국할 무렵 그녀는 스웨덴을 거쳐 잠시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8월 내가 여행했던 비슷한 시점 로미도 태국으로 여행을 갔다. 내가 아는 누군가가,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 분방하며 누구나 꿈꾸는 삶을 사는 것을 실천한다는 것은 분명 자극이 되고 즐거운 일이다. 나도 언젠가 스페인 안달루시아에서 살고 싶다고 하자, 본인이 먼저 살고 있을 거라며, 놀러 오라고 했다.


정말 우리는 나중에 다시 그곳에서 재회할 수 있을까?

<호스텔에서 만난 일본친구(Romi),아르헨티나 여행객(Malen)>


말라가 시내를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오고 어깨가 들썩거려지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언가 도시 곳곳에 spiritual joy 가 거리 곳곳에 흐뜨려져 있는 것 같다. 무언가 들뜬 일이 생길 것 같고 순간 순간 살아 있는 내 자신과 한없이 빛나는 태양과 저 멀리 내다보이는 Malagueta 해변이 있어 설레었다. 꼭 물에 들어가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천혜의 축복받은 땅에 내가 서 있는 그런 감사함이 일었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소통이 재미있고 즐겁다. 물론 내가 스페인어를 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상업적인 친절이 아닌, 사람자체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배려와 유머가 있어 마음이 따뜻해진다.


<Malaga 시내 가로수길 따라 늘어서 있는 꽃집>


오랜만에 말라가 여행을 와 이 분위기에 젖자, 대학시절 교환학생으로 같이 지냈었던 친구가 생각나 향수에 젖어 그 시절을 회상하며 통화를 하게 되었다. 말라가 도심 한복판을 가로질러 나는 Merced 광장으로 갔다. 피카소 생가와 피카소 동상 가까이 있는 광장이다. 대리석 벤치위에 신발을 벗고 걸터앉아 그 시절을 회상하며 오랜 추억을 신나게 나누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 친구는 한국에 있었지만, 내가 스페인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대화를 하며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그 때 마침, 어떤 스페인 청년이 다가오더니 통화를 하며 벗어 놓은 내 운동화를 가지고 도망치는 것이 아닌가! 장장 15일 동안 하루 2만보를 넘는 대장정에 이미 두 쪽 모두 구멍이 뚫리고 헐어 버리기 일보 직전인 그 신발을 대체 왜!

이것이 없으면 당장 아무데도 갈수 없다는 절박함에 그 청년을 따라 달려가며 뭐 하는 짓이냐고 소리를 쳤다. 그랬더니 그 청년의 무리들이 옆에서 지켜보다가 웃음을 터뜨린다. 아마 신발을 벗은 채 수다 삼매경인 나를 보고 자기들끼리 모의한 작당이었나 보다. 몇 분 안 되어 한바퀴를 돌고 그 청년은 다시 내 앞에 운동화를 내려다 놓고는 줄행랑을 쳤다. 대체 왜 이런 짓을 하냐는 내 물음에는 대꾸도 않고 가 버리고는 뒤돌아서서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하고는 사라졌다. 그 무리의 다른 청년은 나에게 손을 흔들기까지 한다. 이 웃지도 울지도 못할 어이없는 상황에 나도 모르게 같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 말라가라는 도시, 가끔 나를 놀라게 하지만 매력이 있다. 늘 지루하지 않게 하는 변화무쌍함과 유머와 기저에 깔린 따스함이 있다. 이 해프닝을 겪고 왠지 내 마음은 안도감과 함께 푸근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을 샀다. 먹으며 호스텔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Malaga Catedral 대성당 앞>


<말라가 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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