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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술 Dec 08. 2023

Mijas(미하스)-안달루시아 하얀 마을에서의 힐링

꿈꾸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영혼이 가난한 사람이다.

 Mijas(미하스)


Andalucia 의 대표적인 하얀 마을 중의 하나인 Mijas.

이곳은 몇 년 전 남편과 여행일정을 짤 당시 Nerja와 인접한 Frigiliana에 밀려 일정에 넣었다가 뺀 도시이다. 사실 여행 리뷰 영상에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다음 번에 여행하게 되면 가리라 마음먹었던 도시 중 하나였다. 어쩌면 이 곳을 가기 위해 거점 도시로 말라가를 끼워 넣었는지도 모르겠다. 하루 정도 1박하기에 딱 알맞는 아주 크지도 않은 작은 마을이며, 말라가에서 버스로 1시간 40분 정도의 거리이다. (차가 있다면 30분 정도의 근거리에 위치해 있다)


호스텔에서 시계를 맞춰 놓고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서둘러 짐을 정리하고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간단한 백팩을 하나 매고 거리로 나왔다. 거리에 인적은 드물지만 말라가의 아침 공기는 왜 이리 신선한가. 버스를 타러 가는 길 저 멀리 파란 해변이 내다 보인다. 그 해변을 배경으로 아침의 신선한 바람을 가르며 중년의 아저씨 한 분이 열심히 조깅을 하는 모습, 아! 순간 이 것이 내가 찾았던 유토피아와 비슷한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어깨가 올라간다. 알 수 없는 설레임이 인다.



<말라가에서 Mijas로 버스를 타러 가는 길>

말라가에서 Mijas 로 대중교통으로 가는 직행 버스는 없고 중간에 Fuengirola라는 작은 마을에서 한 번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완행 버스다 보니 많은 이름 모를 도시와 마을을 거쳐가게 되는데 해변가 도시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많이 만났다.

미하스 가는 길 (버스에서 찍은 풍경)


Pueblo Mijas 는 산 중턱에 있어서 역시 꼬불꼬불한 길을 10여분간 올라가야 하는데 종착지에 내리자 고즈넉하면서도 평화로운 하얀 마을이 펼쳐진다. 내륙이지만 저 멀리 바다가 보이고,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체감 기온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온 덕에 아직도 정오가 지나지 않은 시간이다. 구글 지도에서 예약해 두었던 숙소는 5분정도 밖에 안 되는 거리인데,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가 없다. 건물을 수리하는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지도위치에 거의 인접했다고 느낄 무렵 밖으로 나와 있는 가죽을 파는 가게 아저씨에게 다시 물어보니 거기서 좁은 골목으로 난 길을 통과하면 바로 위쪽에 위치해 있었다.


이 산골 마을의 인상과 너무 닮은 푸근하고 친절한 아줌마가 나를 맞았다. 오전이라 아직 방은 청소하는 중이었고, 그 동안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내려오니 다시 가죽가게 아저씨를 만났다. 어디를 둘러볼지를 설명해 준다. 먼저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 어디를 가나 하얀 마을과, 흰색과 대비되어 새파란 하늘이 나를 들뜨게 한다.


흰 마을 곳곳에 쓰여 있는 시인들의 시 문구가 나를 자극한다.



"꿈꾸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영혼이 가난한 사람이다. "


잠시, 예전처럼 꿈꾸고 있는지 물어본다. 사실 과거 몇 년동안 현실의 고단함 앞에 묻혀 왔던 그것은

이 따뜻하고 자유로운 땅에서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것 같다.


미하스 마을 Plaza
미하스 전망대 올라가는 길


미하스 거리 문구( 꿈꾸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영혼이 가난한 사람이다)
미하스 전망대 올라가는 길



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로 가니 온 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며 마음이 확 트인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자연과 마을의 풍경은 늘 마음을 치유하게 하는 무언가의 힘이 있다.


스페인에 오기 전에, 그간 잠자고 있던 즐거움, 기쁨과 관계된 세포들이 이 곳에 와서 갑자기 살아나는 듯한 느낌이다.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본다는 것을 넘어서, 일상을 아웅다웅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조금 더 힘을 빼고 즐겁게 살아가는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 인생의 경쟁과 비교에 지친 사회를 넘어, 무용의 행복을 누리고 만끽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 나라와 이 도시가 말해주는 무언의 분위기로부터 그것을 체득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미하스 전망대
미하스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미하스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전망대를 지나면서 종소리가 들려 둘러 보니 마을의 작은 성당이 있다. 때마침 미사 시간이었는지 동네 사람들이 모여 미사를 보고 있다. 잠시 나도 들어갔다 나왔다.

보이는 배경 족족 신나게 사진을 찍다 보니, 그새 점심시간이다. 저 멀리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Alcazaba 식당에서 근사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른 점심시간이어서 그랬는지 사람들이 많이 없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자리를 배경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gambas 와 salmorejo를 시켰다. salmorejo 는 신선하고도 맛있었고, gambas 는 기대보다 살짝 아쉬웠지만 내 앞에 내다보이는 뷰가 모든 것을 보상해 준다.



살모레호 스프(좌)/감바스(우)

이제 숙소로 돌아오니 청소는 말씀히 끝나 있었고 짐을 푼다. 내 방인 2층에 도착하는 순간 바라보이는 풍경과 아늑한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든다. 창밖으로는 멀리 푸르른 해변과 하늘이 내다보이고, 차도 지나지 않는 조용한 마을 구석에 위치해 있어서  평화롭고 고즈넉했다. 호텔이 아닌 1인 호스탈이었고 어메니티도 샴푸, 샤워젤 정도였지만 모든 것이 나에게 너무나 충분했다. 그 동안 훨씬 고가에 예약했던 호텔보다 가격은 가장 저렴했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숙소였다.




내가 묵었던 미하스 숙소 올라가는 길
미하스 숙소 발코니
숙소 발코니를 통해 바라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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