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를 하고 오니 그제서야 어제 잠 말라가 호스텔에서 제대로 잠을 못 잔 피곤함이 몰려 오기 시작했다. 일단 침대에 몸을 뉘였는데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 보다. 비몽사몽간에 저 멀리 성당의 종소리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들려온다. 마지막 종소리를 듣고 잠이 깼을 때 벌써 두시간은 잠이 들었었나 보다. 잠에서 깨니 한결 원기가 충전이 됐다.
다시 마을을 둘러볼 타임이다. 숙소에서 나오니 골목가에 위치한 가죽상인 아저씨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 어디를 둘러볼지를 조언해 준다. 생수가 떨어져 어디에 물을 살 수 있냐고 물어보니 오늘은 일요일이라 인근 상점 가게들이 거의 문을 닫았다고 했다. 극구 사양했는데도 감사하게도 본인이 가지고 있던 새 생수를 하나 건네 주셨다.
그렇게 아저씨와의 대화는 시작되었다. 내가 그동안 스페인에서 여행했던 곳에 대한 짧은 감상을 주고 받았다. 역시 안달루시아 출신답게 아저씨는 이곳에 대한 자긍심이 엄청나시다. 다른 도시에서 감기가 걸려도 이 곳에 오면 3일 안에는 나으며 관절염이 있어도 이 곳의 건조하면서도 따뜻한 기후 덕에 관절염이 좋아진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바르셀로나까지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무릎이 말라가 이후로는 아프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언젠가 안달루시아에서 한달살기를 하고 싶다는 나에게 비용이 저렴한 도시들을 알려주었다. 스페인 사람들은 일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을 즐기기 위해 산다고 한다. 그러기에 시에스타(스페인 문화권의 낮잠 문화)를 철저하게 지키고 벌 만큼만 벌고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아 여러 도시에 운영하던 가게를 많이 접었지만, 지금은 거의 정상화되었고 지금은 Mijas에만 남겨두었다고 한다. 이런저런 대화를 마무리하고 이제 다시 마을을 탐방하기 위해 일어섰다.
가는 곳곳마다 한 장의 엽서이고 그림이다. 무엇보다 사람이 너무 많지도 않고 적당하게 활기가 있으면서도 평화로운 느낌이다.
미하스 마을 풍경
어스름이 깔리 미하스 마을 풍경
미하스 마을 야간 풍경
그러고 보니 종이 지도 한 장 없이, 그 아저씨가 얘기해 준 spot 을 찍으니 어느새 마을 구경이 끝나 있다.^^
그 날 밤은 한번도 깨지 않고 너무나 잘 잤다. 역시 저 멀리 성당 종소리를 아득히 들으며 평화로운 아침을 맞았다. 아침으로는 근처 식당에서 브런치 세트로 감자튀김과 달걀 후라이, 까페 꼰 레체(까페라떼)를 먹었는데 이 단순한 메뉴가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는지! 올리브유에 기본적인 식재료가 신선하니 어떻게 요리를 해도 맛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미하스에서의 아침식사(감자튀김과 계란후라이,베이컨 튀김,커피)
이날은 말라가에서 일정을 소화해야 했기에 아침을 서둘러 먹고 샤워를 한 후 일찍 숙소를 나선다. 가는 길은 다행히 말라가로 돌아가는 직행버스가 있었지만 중간에 기착지가 너무나 많고 꼬불꼬불한 길을 많이 가다 보니 약간 멀미를 하고 2시간 정도 후에 말라가 시내에 도착했다. 이제 나의 스페인 여행도 며칠 남지 않았구나. 돌아가는 심정이 미묘하게 울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