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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상파 Dec 28. 2023

오늘의 운세 16

운이 따르니 대길한다

아파트에서 언니 동생 사이로 지내는 이가 있다. 내 핸드폰에는 장수댁이라고 저장돼 있다. 장수가 고향인 장수댁은 시골에 어머님이 계시는데 그곳은 겨울이 일찍 오나 보았다. 다른 지방보다 일찍 김장을 해와서는 꼭 우리집에 몇 포기 갖다준다. 이번에도 날이 따뜻한 시기에 김장을 줘서 잘 먹었다. 남들은 절인 배추를 예약하는 시기에 나는 맛있는 장수표 김장 김치를 맛보는 행운을 누렸던 것이다. 빈손이 무색하여 시골에서 올라온 쌀을 냉면 그릇으로 네댓 개 퍼줬다. 전에도 그런 적이 있다. 장수댁은 웃고 말았다. 정말 시골스러운 물물교환이었다. 

그런 장수댁이 이번에는 옷가지를 가져왔다. 군대에 간 아들이 작아서 못 입은 옷과 언젠가 자기가 입으려고 장롱에 모셔놓은 옷가지가 있는데 가져갈 생각이 있냐고 물어와서 대환영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쇼핑백 두 개에 담아 나눠 들고 왔다. 옷이 생기면 거울 앞에서 입어보는 재미가 있다. 내 몫의 옷을 입어보는데 장수댁과 체구가 비슷해서 그런지 내 몸에 딱 맞았다. 올겨울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친구나 이웃들에게서 옷을 얻어와 입혔다. 자고 일어나면 자라 있는 것이 아이들이라 계절이 바뀌면 그 해에 산 옷을 입힐 수가 없었다. 입혀보지도 못한 새 옷들이 정말 아까웠다. 옷을 사는 것이 돈을 버리는 일 같았다. 그 이후로 자라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옷들을 사기보다는 우리 아이들보다 두세 살 많은 아이가 있는 지인들에게 옷을 부탁하였다. 초등 입학 전과 후 그리고 중학교 때까지 그렇게 옷을 제공받다가 아이들이 제 취향이 생기는 나이가 되면서 얻어 들이기보다는 사는 일이 많아졌다.

언니들이 셋이나 돼 물려받는 것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나는 누가 쓰거나 입은 것들을 거부감없이 잘 소화한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물건들이 질이 좋아서 여간해서는 닳아서 떨어지지도 않는다. 오늘 받은 옷들도 내가 갑작스럽게 살이 찌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입을 수 있겠다. 물자가 남아나도 끊임없이 새것을 취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멀쩡한 물건들이 얼마나 많이 버려지고 있는가. 없으면 없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살자는 것이 나의 생활 철학이지만 이렇게 이웃들이 날 생각하여 아낌없이 주면 기꺼이 받아 든다. 그것이 작게나마 환경에 오염을 보태지 않은 길이며 이웃과 오가는 정이니.(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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