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독서 수업
초등 독서 수업이 경인교대 근처의 학교에서 1시 반에 있었다. 지난주가 첫 시간이라 길을 익힐겸 일찍 출발하였는데 30분이나 일찍 대갔다. 이번에는 시간에 맞춰 가려고 밍기적거렸더니 전철이고 버스고를 기다리게 되면서 마음이 촉박했다. 집 근처 전철역에서부터, 환승역,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곳마다 10분 가까이 기다려야 차가 온다는 방송이 떴던 것이다.
시간에 대 가지 못할까 봐 마음을 졸였는데, 대중교통은 얼추 시간을 어기지 않게 나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줬다. 언덕길을 올라야 있는 초등학교까지는 숨을 헐떡거리며 뛴 바람에 용케 시간을 대갔다. 계양도서관 사서선생님이 지난주에 수업 참관을 알려왔다가 일이 있어 못 오고 오늘 참관하겠다는 문자를 줬다. 사서선생님은 이미 교실에 와 있었다.
문제는 수업 종이 쳤는데도 학생들이 오지 않는 것에 있었다. 마음이 초조하다. 독서 수업을 신청한 학생이 대여섯 명인데 거기에서 한두 명이라도 빠지면 강의할 기분이 나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한 명 한 명 모여들더니 전원이 자리를 잡았다. 지난 시간에는 시를 읽고 나서 ‘하늘, 친구, 나, 세상, 부모님’이라는 단어를 주고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오늘은 자신의 기분을 날씨로 표현하는 것으로 수업 문을 열었다. 자기 기분을 모르겠다거나, 그저 그렇다거나, 학원을 가야해서 한 여름의 폭염과 같다거나, 졸려서 추적추적 비가 오는 날씨라거나, 따뜻한 봄날에 새싹이 돋는 기분이라거나 등, 학생들의 기분 날씨는 다양했다.
이곳 학교에서는 손연자의 <마사코의 질문> 단편집에 실린 네 편의 작품을 읽고 토론거리를 찾고 글을 쓰기로 했다. 단편들이 일제강점기를 다루는 이야기라서 모티브가 되는 역사적인 사건을 찾아 읽고 그것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돼 있는지, 픽션과 논픽션을 구분해보고자 했다.
‘꽃을 먹는 아이들’은 1923년 9월 1일에 일어난 관동대지진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 일본과 조선 아이들의우정을 다루고 있다. 일본으로 건너간 가난한 조선인들은 관동대지진의 그 처참한 현장에서 겨우 살아남았는데 일본정부는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지진으로 인한 사회불안과 무질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선인이 불을 지르거나 우물에 독을 푼다는 등의 헛소문을 퍼뜨려 민간인으로 구성된 자경단이나 군인, 경찰이 그들을 무차별적으로 사살하기에 이른다.
책을 가져오지 않은 학생이 있다. 도서관에서 교재를 사서 나눠줬는데도 챙겨오지 못한 것이다. 읽어오라는 과제를 내줬는데 읽어온 학생이 없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 아이들의 한결 같은 대답이다. 숙제를 하느라고 그렇다는데 그것도 학원 숙제다. 학원 숙제는 해가면서 독서 수업 시간 읽기 과제를 하지 않은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책은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일까. 안 읽으면 수업시간에 읽겠거니 하는 마음일까. 강제성이 없으니 가볍게 생각한 것일까. 읽는 일이 가장 어려운 숙제였던 것일까. 그래도 학원 가느라 바쁜 몸들이 시간을 내 독서 수업을 듣겠다고 앉아있는 것을 기특하게 여겨야 할까.
어쨌든 읽어오지 않으면 수업시간에 읽어야하는 것이 정석이다. 내용을 알아야 토론 주제나 느낌, 생각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준비해간 관동대지진 자료까지 다 읽고 기본적인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학생들에게 동화나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직접 질문지를 만들게 했다. 그랬더니 한 아이가 관동대지진은 먹는 건가요? 하며 나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문제를 내놓았다. 어두운 이야기에 수업 분위기가 가라앉았는데 그 아이의 질문에 교실이 갑자기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때부터 말을 아끼던 아이들이 중구난방으로 떠들기 시작했다.(2022.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