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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상파 Dec 31. 2023

책제목으로 시 쓰기 02

고양이는 나만 따라해

고양이는 나만 따라해, 권윤덕글과 그림, 창비


고양이는 나만 따라해


고: 고양이가 우리 집에 오고부터

양: 양양 울면 기분이 나풀거리고

이: 이빨을 드러내면 심장이 쫄깃

는: 는적는적 기분이 처질 때

나: 나의 코를 고양이털에 콕 박으면

만: 만지니 간지럽다고 발라당 드러눕고

따: 따라하면 잡아보란 듯 달아나고

라: 라면처럼 꼬들꼬들한 수염

해: 햇살 머금어 졸음기 가득


고양이가 온 이후 집안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습니다. 처음에는 입양을 절대 반대했다가 딸아이의 성화에 한발 물러나 타협을 봤습니다. 데려오면 고양이에 관한 모든 걸 딸아이가 맡기로 말이지요. 하지만 아이들 일이란 대개 엄마의 몫이 되고 말지요. 아이를 한 명 더 키우는 꼴이 되었지요. 우리 집 고양이 이름은 뭉크입니다. 뭉크가 오고 한 달쯤 지난 늦은 밤이었을 겁니다. 살짝 열린 안방 문을 밀고 뭉크가 들어왔지요. 자는 척하고 있는데 녀석이 제 어깨를 두 발로 툭툭 치며 품안으로 들어오지 않겠어요? 마치 제가 제 어미이라도 되는 것마냥 아무런 경계심이 없었습니다. 팔뚝 안쪽에 두 앞발을 얹고 가만히 몸을 웅크렸습니다. 영락없는 갓난아이였습니다. ‘이 아이도 엄마 품이 그리웠구나!’ 그 예전 우리 아이들 잠재울 때처럼 자장가를 불러주며 등을 토닥였습니다. 뭉크를 가슴에 품은 밤은 정말로 따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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