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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와 도깨비 30

황소와 도깨비

by 인상파

황소와 도깨비, 이상 글, 한병호 그림, 다림


황소와 도깨비

황: 황당한 일이 다 있지 뭐예요

소: 소름 끼칠 정도로 야윈 도깨비가

와: 와르르 무너져가는 돌쇠 집에 나타나

도: 도둑처럼 황소 입으로 폴짝 들어가더니

깨: 깨물린 꼬리가 씻은 듯 나으니

비: 비슥비슥 통통한 모습으로 돌아왔지요


도깨비의 약속, 그리고 잊힌 이름

가난한 나무꾼 돌쇠가 도깨비를 살리기 위해 황소 뱃속에 두 달 동안 머물게 허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황소와 도깨비>는 측은지심을 바탕으로 한 교훈적 동화입니다. 도깨비는 그 대가로 황소의 힘을 열 배로 키워주었고, 덕분에 돌쇠의 살림은 풍요로워졌지만,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록 도깨비는 나오지 않고 황소의 배는 점점 부풀어만 갑니다. 돌쇠는 황소의 입을 벌리게 할 여러 방법을 강구하지만…. 어떻게 해야 도깨비는 황소 뱃속에서 다시 나올 수 있을까요?

이 동화는 이상이 남긴 유일한 동화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일본 작가 토요시마 요시오의 1924년 작품 ‘천하 제일의 말’을 번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난주가 옮긴 <천하 제일의 말>(그린북)을 읽어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두 작품은 줄거리와 구성, 설정이 거의 동일하며, 단지 등장인물만 다를 뿐입니다. <황소와 도깨비>는 1937년 <매일신보>에 연재되었는데, 첫 회에는 ‘김해경’(이상의 본명), 이후 회차에는 ‘김해향’이라는 이름으로 실렸습니다.


이러한 출처 불명의 작품이 1956년 이상 전집에 실리며 오늘날까지 이상이 쓴 동화로 오해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상이라는 작가의 천재성과 문학적 특성을 고려할 때, 단 한 편의 동화, 그것도 번안에 가까운 작품을 창작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지금이라도 <황소와 도깨비> 작가를 김해향으로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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