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디찬 고독을 자양분 삼아
겨울 내내
검은 비닐봉지 속에서 죽은 듯 잠을 잤다.
내뿜은 입김에 살얼음이 얼고
햇볕 한 줌 없는 어둠 속에서
얼음장 같은 한기를 이불 삼아
기나긴 어둠을 퍼 마시며 하루하루 버티며 꿈꾸다
기댈 곳 없는 몸 낭떠러지 같은 허공에 헛발질했다.
망각의 늪에서 영원을 꿈꾸다
물 한 방울 햇빛 한 줌 없는
헛헛증이 서린 기나긴 기다림 끝
드디어 생명의 기지개를 켰다.
허공에 긴 목을 빼고
땅에서 나고 자란 기억
따사로운 햇볕처럼 꽃등으로 타오르고 싶어
좁쌀 같은 샛노란 생의 환희
봄을 꿈꾸고 땅을 꿈꾸며
찬란한 생명을 밀어내며
차디찬 고독을 자양분 삼아
제 몸뚱아리의 거룩한 뜻을 받들어
어둠에 길을 내며 세상을 향해 활짝 웃었다.
칠흑의 어둠에 파묻혀
버려진 몸이 벼리고 벼려
생의 기운 한 방울까지 기울려
마침내 찬란한 생명의 꽃을 피워올린
자줏빛 콜라비의 옹골찬 사랑이어라!
늦가을었습니다. 콜라비 2개를 사서 하나는 먹고 하나는 검은 비닐에 넣어둔 채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쌀자루와 양파와 다른 부엌살림살이 틈에 눌러 있어서 그것이 있는 것도 몰랐습니다. 봄이 되어갈 무렵 그곳을 청소하다가 검은 비닐봉지 안에서 이파리를 내밀고 줄기 끝에서 노랗게 꽃이 피어있는 자줏빛 콜라비를 발견했습니다. 그걸 본 순간 아, 하고 탄성이 흘러나왔습니다. 생명의 경이는 그런 것일까요? 흙 한 줌 햇볕 한 줌 없는 한기 속에서 제 몸을 터 삼아 싹과 꽃을 피어내는 것! 그것은 생에 대한 사랑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요. 사람의 생도 그와 다르지 않겠지요. 지금은 앞이 안 보이는 어둠속에 놓여 있을지라도 누구나 제 자신을 믿고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다 보면 제 본연의 꽃을 피우는 날을 마주하겠지요.
그 작은 생명은 제게 말해주었습니다.
“생명은 스스로 빛이 된다.”
어둠 속을 걷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 시가 작은 빛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