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
길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언제나 내 앞으로 길은 있었다
단지 내 마음이 구멍이 나서
발을 내딛지 못하고 두려워했다
더는 꿰맬 수 없을 정도로 너덜너덜해진 건
바늘이 없어서가 아니라
실조차 마음에 닿지 않아서였다
황무지에서 살아난 잡초처럼
견디기 힘든 고독이 어깨 위에서 내려다보면
눈빛에도
숨결에도
이따금 한숨이 깃들었다
하루로 생의 밭갈이를 시작할 때면
새벽은 꾸벅 안부를 건네오고
낮은 잠결 속 먼지처럼 떠다니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밤이면 황량했다
철로라도 깔린 듯
궤도를 도는 사람들을 보며
구멍난 마음을 만지작거리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모든 순간은 길이고
길은 순간으로 통하니
어쩌면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도 길일지 모른다
멈춘 자리가 길인 날도 있다
길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다만, 오늘은
그 길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황량하고 공허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일인입니다. 대책 없이 살아가고 있다고 할까요. 길을 잃었다고 생각한 적이 많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나름의 길을 가지고 있겠지요. 길이 있어도 길을 보지 못하니 얼마나 어리석은가요. 어리석음으로 속고 속으면서 또 삶의 고개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길을 찾아나섰는데 오늘은 길이 나를 찾을 수도 있다는 어설픈 희망을 믿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