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다시 나를 낳는 당신

by 인상파

다시 나를 낳는 당신


방 안에 여자가 있다

여자는 나를 부르지 않는다

내 이름을 잃은 지 오래다

여자는 침대 위에 침대로 누워있다

한때는 그 침대에 누워 평화로웠으나

돌아갈 집이 없어졌다

아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여자

내 이름을 더듬는 것일까

내가 태어나던 순간처럼

잠깐 기억의 집을 찾아나선 걸까

언제부터인가

시간을 되돌리는 버릇을 갖게 되었다

저 하염없는 기억의 붕괴가 서글퍼서

여자는 언제나 집에 가자고 하고

나는 여기가 집이라고 우긴다

우리는 서로의 집이 다른 걸 말하지 않는다

말은 다리가 아니라 각자의 외딴방임을

기뻐하라, 기억이여

우리는 서로를 모른 채 하루를 시작하고

어제는 우리에게 일어난 적이 없으니

오늘 태어나도 오늘을 다 살지 못하고

단지 연착륙하며 순간을 이어갈 뿐

여자를 안았을 때 그녀가 날 낳는다


치매걸린 어머니는 하루가 다르게 노쇠하고 기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걷지도 못하고 어떤 요구도 하지 않은 어머니를 보면서 어머니의 건강할 때의 모습이 겹쳐서 쓸쓸하고 적막해집니다. 그래도 어머니가 생존해 계신 것으로 마음의 위로를 삼습니다. 아픈 어머니여도어머니인 것이고 나를 낳고 길렀고 지금도 또한 그런 과정에 있음을 잊지 않기 위해 이 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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