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파르르

by 인상파

파르르


햇살을 말리는 바람이

나뭇잎을 헤집고 지나간다

바람의 오래된 이야기가

나뭇잎을 물들인다

꽃의 햇살 같은 고치 안에서

노랑나비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더듬이로 바람을 가르며

짝을 찾아 허공에 몸을 실을 때

꽃잎이 파르르

눈웃음을 짓는다

날아간 나비가 다시 내려앉고

꽃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비는 기다림 끝에야 날 수 있고, 꽃은 기다림 속에서야 입을 엽니다. 누군가를 조용히 기다리는 마음, 그리고 그 기다림 속에서 피어나는 작고 따뜻한 응답, 바람 한 줄기에 ‘파르르’ 떨리는 꽃잎처럼, 말없이 흔들리는 마음을 담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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