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입속의 나비

by 인상파

입속의 나비


사랑한다고 내뱉고 나니

입안에서 잠들던 나비가 날아갔다.


오랫동안 축축한 침묵 속에서

번데기인 채로 견뎠을 나비


가슴에 담았던 그 한 마디를 날리니

사랑은 이미 저 멀리 도망갔다.


사랑의 말이 사랑을 배신하니

사랑을 어떻게 알아볼까.


그림자 사랑을 붙들고 우는 자여


사랑에게 사랑한다고 내뱉었더니

떠난 자리에는 그리움의 분이 내려앉고

사랑의 길엔 분분한 여운만 흩날린다.


사랑한다고 내뱉었을 뿐인데

입속의 나비가 날개짓을 멈췄다.


그대 사랑이 멈췄다.


사랑을 사랑이라 부르는 순간, 그것은 날개를 달고 달아나기 시작하지요. 입속에 웅크리고 있던 감정이 말이 되는 순간, 그 말은 나비가 되어 떠나고 맙니다. 그 자리에 남는 건 그리움의 분(粉)일 뿐. 우리는 사랑을 말하지만, 사랑한다는 고백이야말로 사랑과 가장 멀어지는 첫걸음인지도 모릅니다. 말은 사랑을 완성시키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해체하는 시작일 수 있습니다. 그 불안한 진실을 입속에서 조용히 죽어가는 나비로 말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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