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고요한 깃발

by 인상파

고요한 깃발


세상의 눈이 좁아서

자꾸만 옆으로 밀려났다
사방이 틈이었다
언제나 반 발짝 밀려난 자리였다


중심에 붙들려 애썼다
가끔은 손을 들고
빛 아래에 서야만
내 존재가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다, 아니다
나는 반대편에 서기로 했다
묵묵히 증명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흔들렸고
의구심도 많았지만
무너지지는 않았다


오늘 하루도
굳이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
내밀한 숨결 하나로
내 하루는 충분하다고
나는 나에게 고갯짓을 했다


고요한 깃발 하나
내 안에 조용히 세워두었다


자신이 세상에 맞지 않는 퍼즐 조각 같았습니다. 눈에 띄지 않으면 사라질까 불안했고, 애써 나를 증명하려다 자주 미끄러졌습니다. 자꾸 밀려나며 알게 되었습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설명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고요히 흔들리며, 나는 나에게 깃발 하나를 세웠습니다. 그 단단한 결심이, 내가 꺼낸 가장 단단한 문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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