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숲 너머의 나
배고픈 아기처럼 울었다가
가만두지 않을 태세로 우르렁거렸다가
날카롭게 비명을 질렀다가 하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그냥 넘기지 못하고
풀덤불 너머를 넘보았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지만
그래도, 중재하고 싶었다
발톱을 세우고
우르르 우르렁거리던 두 마리 고양이
동시에 나의 기척을 느끼고
풀숲에 스며 사라졌다
멀지 않은 곳에서
조금 전의 그 울음소리
죽기 살기로 싸울 일이 있었던 걸까
도망간 녀석들이 꼭,
나를 스쳐 간 마음들 같았다
도약 직전의 마음이
풀숲 너머의 그 눈들과 마주치자
슬그머니 등을 돌렸다
그건 참았던 말
삼켰던 울음
밀쳐낸 손길이었을 것이다
도망치듯 흩어진 감정들
풀숲 너머의 어디쯤에서 울었다
가까이서, 아주 가까이서
나를 부르며 울고 있었다
너무 거칠고
너무 아프고
너무 서늘해서
내가 먼저 눈을 피했다
나는 중재자가 아니라 증인이었다
내 안의 싸움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풀숲처럼 서서히 어두워졌다
고양이 울음소리는 이상하게 사람의 마음을 흔듭니다. 그 울음이 내 안에서 부딪치다 도망친 감정들과 닮아있기 때문일까요. 저는 그 소리를 그냥 넘기지 못합니다. 우는 그들을 찾으러 나서지만 매번 결국은 그들을 도망치게 만들고 맙니다. 떠난 후에야 알게 됩니다. 그들을 중재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스쳐 지나간 내 마음을 그들에게서 발견했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