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을 부는 마음
풍선을 부는 마음
심장의 일부를 떼주기로 했다
우선은 그 통로가 필요했다
입이 입으로 생기를 불어넣었다
들숨은 나가고 날숨은 들어오면서
그의 몸을 부풀렸다 줄였다 하더니
조금씩 커가는 투명한 마음
얼굴이 붉어졌고
그와의 거리가 짧아질수록
나의 숨도 짧아졌다
두 손에 잡힌
인절미처럼 쫀득한 말랑함
자신감처럼,
불안처럼,
내 손에서 서성였다
빵빵해가는 얼굴이 불안했지만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미소 앞에서
내 마음속 흠결쯤으로 애써 넘겨버렸다
얼굴이 얼굴을 포개며
눈앞이 온통 컴컴해졌을 때조차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힘을 내자고,
우주까지 비행을 꿈꾸는 순간이었다
팡! 폭발음이 울렸다
입술 끝에서 터져버린 고백
입김으로 부푼 마음이
끝내 허공으로 흩어졌다
따끔거리는 뺨을 쓰다듬으면서
내가 감추고 있던 마음의 모서리를 보았다
그건 너에게로 가는 길이었다
어디선가 날숨의 무게로 오고 있는
너를 마중하는 것이었다
아직도 너를 사랑하는 내가 있다는 것이었다
길을 가다가도 걸음을 멈추고
휘파람을 부는 건
네가 풍선을 불어줬듯
바람으로 휘파람을 불 걸 알기 때문
심심할 때면 가끔 풍선을 불어 맹이와 놀곤 한다. 풍선을 부는 일은 은근히 힘이 든다. 어쩔 땐 잘 불어지지만, 어쩔 땐 시작부터 숨이 버겁다. 기분 탓일 것이다. 아니, 풍선을 부는 그 마음이 같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럴 때면 문득 깨닫는다. 풍선에 실린 나의 날숨에도 닿지 못한 마음이 섞여 있다는 걸. 잡히지 않고 터지지도 않은 채 가슴 어디쯤 떠다니는 미안함 같은 것. 마음 한구석에 빚처럼 남은 누군가가 있다. 그 사람은 떠났고, 나는 아직 미안하다. 그래서 풍선을 불다 보면 풍선을 불어줬던 그 사람이 더 자주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