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릭
프레드릭, 레오 리오니 글, 그림, 최순희 옮김, 시공주니어
프레드릭
프: 프롤레타리아처럼 빵을 좇는 삶도 있고
레: 레옹처럼 자유를 꿈꾸는 삶도 있어요.
드: 드문드문 멈춰 서는 이도 있고
릭(익): 익숙함을 벗고 자아를 찾는 이도 있어요.
꽃을 든 쥐는 시인이 되었다
아들 녀석 침대 머리맡에는 프레드릭 인형이 두 개나 놓여있습니다. 아들 방을 청소할 때마다 저는 쓸쓸해하지 말라고 두 인형을 마주보게 세우곤 합니다. 쥐를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이상하게도 그 인형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림책 표지에서처럼 빨간 꽃을 수줍게 들고 있는 모습은 꼭 숫기 없는 우리 아이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거든요. 쥐라는 혐오 동물을 이토록 사랑스럽게 그려낸 레오 리오니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형까지 출시된 프레드릭은 이미 오래전부터 하나의 캐릭터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싱그럽게 해주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프레드릭은 겨울 준비를 하는 들쥐 가족들 중에서 유난히 특별한 존재입니다. 다른 쥐들이 식량을 부지런히 모을 때 그는 햇살과 색깔, 그리고 이야기를 모읍니다. 누군가는 게으르다고 하겠지만, 그는 말없이 제 몸과 마음에 필요한 것들을 ‘충전’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전자제품처럼 햇살을 충전하고, 색깔을 담고, 이야기를 저장하듯 말입니다. 그렇게 차곡차곡 모은 마음의 양식은 추운 겨울 가족들의 언 마음을 데워주는 따뜻한 언어가 되었음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사람은 배가 고파도 힘들지만, 배가 불러도 마음이 허기지면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배가 고파도 마음이 풍성하면 웬만한 고비는 견뎌낼 수 있지요. 그렇기에 프레드릭 같은 존재는 없어서는 안 됩니다. 더 중요한 건, 그런 프레드릭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준 가족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이해가 있었기에 프레드릭은 시인이 될 수 있었고, 가족의 추운 겨울을 녹일 수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프레드릭처럼 말없이 마음의 양식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그들의 다름을 존중하며 그들의 우물이 마르지 않도록 좀 더 넉넉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세상이 따뜻하고 다양한 색깔로 물들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