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사냥을 떠나자
곰사냥을 떠나자, 헬린 옥슨버리 그림, 마이클 로젠 글, 공경희 옮김, 시공주니어
곰사냥을 떠나자
곰: 곰처럼 든든한 털북숭이 아빠
사: 사랑스러운 개 한 마리 앞세우고
냥: 냥이처럼 귀여운 아이들 손잡고
을: 을씨년스러운 날씨에도 숲속으로
떠: 떠도는 낙엽 하나 입에 물고
나: 나무에 오르는 시합도 하며
자: 자연의 품속에서 풍덩풍덩 즐기네
곰사냥이 뭐라고, 이렇게 신날까?
곰사냥을 떠나는 가족이라니, 마치 원시시대 부족이 사냥을 나서는 모습이 연상됩니다. 그런데 복장도 장비도 너무 허술해 실제 사냥이라기보다는 상상의 놀이에 더 가깝지요.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여정에 동참하게 됩니다. 풀숲을 헤치고, 강물을 건너고, 진흙탕과 숲속을 지나 마침내 눈보라 속을 걸어가는 장면에서는 ‘사각 서걱’, ‘덤벙 텀벙’, ‘처벅 철벅’, ‘바스락 부시럭’, ‘휭 휘잉’ 같은 소리가 청각을 자극합니다. 마치 실제로 귓가를 스치는 것 같아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지요. 글자의 크기에 따라 소리의 강약이 느껴지기도 했고요. 반복되는 운율은 아이들과 선창·후창으로 나눠 부르며 읽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가족은 곰을 찾아가는 여정을 신나게 시작하지만, 갈수록 조금씩 지치고 두려운 기색을 보입니다. 그렇게 고생 끝에 도착한 동굴 안에서 진짜 곰을 만났을 때, 이들이 보여주는 반응은 실로 유쾌합니다. 걸음아 나 살려라! 줄행랑을 치고 집으로 돌아가 이불 속에 숨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절로 나오지요. 어쩌면 그 곰은 곰 탈을 쓴 엄마였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만큼 이 그림책은 놀이와 현실, 상상과 실제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읽는 이로 하여금 끝까지 몰입하게 합니다.
무엇보다 이 그림책은 아이들과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가에 대해 유쾌한 힌트를 주는 작품입니다. 게임이나 유튜브에 몰입해 각자 따로 노는 요즘,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야외로 나가 몸을 쓰고 상상을 나누는 시간의 의미가 돋보이지요. 그게 여의치 않다면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소리 내어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겠습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작가 소개란에서 헬린 옥슨버리가 존 버닝햄의 아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화풍은 전혀 다르지만 둘 다 아이들의 세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따뜻하게 풀어낸다는 점에서 통하는 구석이 있지요. 헬린 옥슨버리의 사실적이고 입체적인 그림은 글의 리듬과 어우러져 책을 한층 생동감 있게 만들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