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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상파 Jan 04. 2024

오늘의 운세 23

건강이 호전되고 운수대통한다

아들 녀석이 작년까지는 집에서 송도로 학교에 다녔지만 올해는 2학년이 돼 집에서 신촌에 있는 학교로 다니게 되었다. 집에서 신촌까지는 거리가 있어 자취방을 얻어야 했다. 마침 대학생 커뮤니티 앱 에브리타임에서 싸고 좋은 집을 소개하고 있어 그 집을 보러 갔다. 광역버스를 타고 동교동 3거리에서 내려 서문 방향으로 향했다. 집을 찾아가는데 골목이 굉장히 좁고 비탈졌다. 서울 도심에 이런 골목길이 거미줄처럼 뻗어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서울 하면 고급 아파트만 생각나는데 이렇게 학교 근처로 옹기종기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니! 

처음 찾아간 집은 실망스러웠다. 언덕진 곳에 있는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한 집이었다. 3층 집이었는데 철판을 깐 계단이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사진상으로는 집이 깨끗하고 넓어 보였는데 막상 둘러보니 그렇지 않았다. 오래된 집 특유의 냄새를 풍기는 좁은 집이었다. 아들 녀석은 잔뜩 기대를 품고 왔다가 집이 너무 허술하여 실망하는 것 같았다. 생각만큼 집을 순조롭게 구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돈을 모아두지 않은 게 후회스럽다고도 했다. 

그 집을 보고 나서 주변을 돌아보니 건물마다 원룸을 구한다는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건물 벽에 적혀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번호 주인들이 거의 남아있는 집이 없다고 하였다. 집을 너무 늦게 구하러 왔다는 조바심이 생겼다. 간혹 남아있는 집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처음 봤던 집과 거의 크기는 비슷했다. 건물이 새것이어서 그런지 보증금과 월세 그리고 관리비는 더 비쌌다. 

서문에서 북문 가는 길에 대학생 커뮤니티 앱을 통해서 소개받은 집이 하나 더 있어 그 집을 보러 갔다. 서문에서 20여 분을 넘게 걸었다. 신촌 전철역에서 이렇게 먼 데에다 집을 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외져 보였다. 다가구 건물이었는데 남루한 느낌이 났다. 집은 정말 넓었는데 바닥 벗겨짐이 심하고 가구도 망가져 있고 화장실 전등은 들어오지 않았다. 너무 오래 걸어 피곤이 몰려온 상태라, 더욱이 오래된 건물에 하자가 보이는 집이라 나는 그 집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아들은 지금까지 본 집 중에 가격 대비 집 면적이 너무 넓어서 몹시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이때부터 우리 둘 사이에는 갈등의 조짐이 있었다. 

나는 연대 정문 근처에서 집을 알아볼 생각이었는데 아들 녀석은 이렇게 서문과 북문 근처에서 집을 알아보고 있으니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보고 연대 근처로 와서 밥을 먹었다. 집 구하느라 강행군을 했는데도 뜻을 이루지 못해 밥맛이 별로였다. 서울살이 쉽지 않다. 집은 어찌 어찌 구한다고 해도 밥을 먹고는 살 수 있을까. 그것이 걱정이었다. 어쨌든 새해 둘째날 원없이 걸어 건강은 청신호.(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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