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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안 심심해 06

하나도 안 심심해

by 인상파

하나도 안 심심해, 마갈리 보니올, 바람의 아이들


하나도 안 심심해

하: 하늘의 구름이랑 노닐다가

나: 나팔꽃 따 나팔 불지

도: 도라지꽃 풍선 띄우다가

안: 안개꽃 속에서 숨바꼭질

심: 심심할 틈이 없어요.

심: 심부름을 깜빡 잊을 정도로

해: 해는 꼴딱 넘어갔고요.


심심함은 놀이의 시작이었다

<하나도 안 심심해>라는 제목과 달리, 주인공 아이는 한껏 심심해 보입니다. ‘심심해요’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 그림책을 읽다 보니 윤구병의 <심심해서 그랬어>가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이란 참으로 대단해서, 어떤 환경에 놓이든 자신이 처한 조건에 맞춰 심심함을 자기만의 놀이로 바꾸어 내지요. 그 능력은 마치 <불가사리>의 할머니가 보여준 천진한 상상력과도 닮은 점이 있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은 심심함을 견디는 천재들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림책은 말합니다. 아이는 혼자서도 잘 논다고, 어른은 그냥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고요.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곰 인형을 애착하듯 끌고 다니는 아이는 그 인형을 약 올리며 놉니다. 구름과 햇빛, 길가의 풀들은 친구가 되어 말없이 곁을 내어주지요. 아름답고 흐뭇한 풍경입니다. 그러나 현실의 아이들 입에서 ‘심심해요’라는 말은 끊이지 않습니다. 유튜브와 게임이 놀이가 되어버린 시대에 손에 딱 들어오는 스마트폰은 아이들의 유일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흙을 만지고 돌멩이를 모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아이들을 이제는 박물관에서나 만날 수 있을까요?


꼬마 인형 하나로도 하루를 꼬박 놀던 아이들이 그립습니다. 핸드폰 없이는 삶이 멈춰버리는 듯한 지금, 그런 세상에서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또다시 핸드폰을 손에 쥔 아이들을 키우게 되겠지요. 하늘과 바람과 들꽃과 나무들은 여전히 아이들과 놀고 싶어 손짓하는데, 아이들은 이미 그 시절을 훌쩍 뛰어넘어 버린 듯합니다. 어린이 세계를 미처 다 누려보기도 전에 너무 일찍 자라버리는 아이들이 못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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