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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풍선의 모험 08

빨간 풍선의 모험

by 인상파

빨간 풍선의 모험, 옐라 마리, 시공주니어


빨간 풍선의 모험


빨: 빨랑빨랑 가지 않으면

간: 간당간당 놓칠 걸

풍: 풍덩풍덩 헤엄치고

선: 선들선들 바람타고

의: 의좋은 친구 만나서

모: 모처럼 함박웃음

험: 험한 날씨라도 모험은 즐거워


말 없는 풍선, 말 많은 이야기


<빨간 풍선의 모험>은 글자 없는 그림책입니다. 제목도 유사하고, 빨간 풍선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파리의 골목길을 배경으로 한 영화 '빨간 풍선'(1956)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영화는 말없이 소년을 따라다니는 풍선을 통해 상상의 친구이자 자아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를 보여줍니다. 분위기와 표현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두 작품 모두 ‘빨간 풍선’이라는 하나의 존재에 시선을 집중시킨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빨간 풍선의 모험>을 만든 이탈리아 디자이너이자 작가 옐라 마리는 글 없이도 이야기와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그림책으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의 또 다른 작품 <나무> 역시 글이 전혀 없지만, 한 그루 나무를 중심으로 펼친 면마다 색을 달리하여 계절의 흐름을 담아냅니다. 글이 빠진 자리를 치밀하게 계산된 화면 구성과 섬세한 색감이 채워주고, 그 여백은 독자의 해석으로 더욱 풍성해지지요.


이 책의 주인공은 제목 그대로 빨간 풍선입니다. 아이가 불어 넣은 숨결 하나로 하늘을 나는 풍선은 곧바로 자유로운 모험을 시작하지요. 하늘을 유영하다가 땅으로 내려온 풍선은 꽃이 되고, 사과가 되고, 나비가 되며 자연과 어우러집니다. 그 과정은 마치 아이가 세상과 교감하며 놀이의 기쁨을 알아가는 한 편의 동화처럼 펼쳐지지요. 풍선의 붉은 색은 아이의 욕망, 자기중심적인 상상, 생명력을 상징하면서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가는 과정을 부드럽게 품습니다.


빨간 풍선은 아이를 지켜주는 우산이 돼 돌아옴으로써 여행을 마칩니다. 우산으로 아이를 감싸며 끝을 맺는 이 장면은, 하나의 풍선이 그토록 다양한 존재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오직 동심에서만 가능한 상상의 힘임을 보여줍니다. <빨간 풍선의 모험>은 말합니다. 밖으로 나가 자연과 놀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라고요. 글이 없기에 이야기는 독자의 몫이니 말 없는 풍선이 자기의 마음에서 말 많은 이야기가 되기를 바란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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