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슈퍼 거북 09

슈퍼 거북

by 인상파

슈퍼 거북, 유설화, 책읽는곰


슈퍼 거북


슈: 슈퍼 스타가 되면 뭐해

퍼: 퍼질러 자지도 못하는데

거: 거짓말같이 일등을 빼앗기고

북: 북새통에서 멀어진 슈퍼 거북

달리는 중이지만, 어디로?

월요일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일요일이 와 있습니다. 한 주가 후딱입니다. 숨 가쁘게 달리면서 문득 걸음을 멈추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달리다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 하고요. 그런 내 마음을 꼭 닮은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유설화 작가의 <슈퍼 거북>입니다. 이솝 우화 중 ‘토끼와 거북이’ 경주는 능력보다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전합니다. 아무리 발 빠른 토끼라 해도, 방심하고 게으름을 피운다면 느리더라도 꾸준히 나아가는 거북이를 이길 수 없지요. 토끼는 경주 중 거북이를 얕보다 나무 그늘에서 한숨 자는 여유까지 부리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결국 겸손을 잃지 않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는 이야기지요.

그런데 이 그림책 <슈퍼 거북>은 경주 이후 위상이 달라진 거북이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솝 우화가 토끼의 거만함과 방심을 비판했다면, 이 작품은 오히려 타인의 기대에 맞춰 정체성을 잃어가는 거북이의 모습을 비판합니다. 경주에서 일등을 한 뒤 거북이는 순식간에 슈퍼스타가 됩니다. 도시에는 ‘슈퍼 거북’ 열풍이 불고, 이름을 딴 가게가 생기며 굿즈도 쏟아집니다. 그러니 슈퍼스타가 된 거북이는 이제 느릴 수 없습니다. 너무 느리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거북이는 제 속도에 괴로워하며, 동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진짜 ‘슈퍼 거북’이 되기로 결심하지요.

거북이가 자신의 본성을 벗고 빠름을 추구한다는 것은 결국 거북이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토끼의 삶을 살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 그림책은 경쟁과 속도의 논리에 내몰린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요? 불행을 감수하면서까지 끝없이 달려야만 하는 삶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달리고 있는 걸까요? 그걸 물어야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 수 있겠지요. 언젠가는 달리기를 멈추고, 거북이가 누리는 그 느림의 여유를 우리도 온전히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삶은 결승선이 있는 경주가 아니니까요. 느리더라도, 나답게 간다면 그 자체로 귀할 테니까요. 달리는 중이라도 어디로 가는지를 되묻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keyword
이전 08화빨간 풍선의 모험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