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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 싸게 팔아요 11

내 동생 싸게 팔아요

by 인상파

내 동생 싸게 팔아요, 임정자 글, 김영수 그림, 아이세움


내 동생 싸게 팔아요


내: 내 동생을 팝니다.

동: 동전 몇 개라도 가능합니다

생: 생글생글 웃기도 잘하고요

싸: 싸움도 우리 집에서는 최고예요

게: 게다가 심부름도 시킬 수 있다고요

팔: 팔 가득 짐을 들어주기도 하고요

아: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사다주기도 해요

요: 요렇게 쓸모 있는 동생은 세상에 없을 걸요

정말 팔아버리고 싶었던 그 녀석

<내 동생 싸게 팔아요>는 남동생을 돌보는 누나의 고단한 일상을 유쾌하게 그린 그림책입니다. 누나가 동생을 시장에 데리고 가 팔려고 한다는 설정은 다소 과격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거기엔 동생을 돌보는 누나의 고된 현실과 애증 어린 감정이 솔직하게 담겨 있습니다. 누나가 동생을 팔고 싶을 정도라면 그 동생이 어떤 행동을 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요. 죽어라고 말을 안 들었을 것이고, 툭하면 징징댔을 것이고, 갖고 싶은 걸 사내라고 떼를 썼을 것이니 얼마나 얄미웠겠어요?

저도 밑으로 남동생 둘이 있어서 6살 터울진 동생을 돌보던 때가 많았습니다. 특히 막내동생을 책임지며 초등학교 6학년을 다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한 해 먼저 학교에 보내진 동생은 어려서 그런지 거의 학교 정문 앞에서 누나 손을 뿌리치고 도망치기를 반복했고, 저는 그런 동생을 쫓아 잡아다가 겨우겨우 교실에 데려다 놓는 게 일이었습니다. 창피하고 괴롭던 시절이었습니다. 동생을 팔아버리고 싶었던 마음이 굴뚝 같았습니다. 그림책 누나의 심정이 절절히 공감됐지요.

하지만 그림책 이야기는 단순히 ‘팔고 싶다’는 마음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동생을 팔려고 시장에 갔던 누나의 심리에 변화가 오는 거지요. 얄밉고 귀찮은 존재인 줄만 알았는데 다시 보니 쓸모도 있고 정이 들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동생을 아무도 살 수 없도록 억만 원의 값을 매기는 것과 자전거에 태워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가슴 한쪽이 몽글몽글해집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일까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생이 자전거 뒷좌석에서 누나의 머리채를 실컷 잡아당기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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